이기흥, 체육회 방만 경영·일감 몰아주기 의혹...정몽규, 축협 사유화 관련 거짓 해명 논란

입력
2024.10.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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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 문체위, 대한체육회 등 국감
이임생 기술이사, 위증 혐의 고발 요청도

3연임 도전이 유력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방만 운영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22일 국정감사에서 집중 추궁당했다.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축구협회 사유화 관련 거짓 해명으로 도마에 올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대한체육회 등 6개 공공기관 국감에서 대한체육회의 방만한 예산 집행 등을 질타했다.

가장 문제가 된 건 2024 파리올림픽에서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 대한 막대한 임차료와 일감 몰아주기 행적이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파리올림픽 기간인 24일 동안 코리아하우스 운영 예산 45억 원 중 25억 원을 공간을 빌리는 임차료에 썼다. 24일간 임차료가 하루에 1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적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회장도 이에 대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코리아하우스가 마련된 장소에 대한 적합성 여부도 지적됐다. 2019년 문체부가 800억 원을 들여 새로 개설한 7층짜리 코리아센터를 활용하지 않아 '예산 낭비'라는 질타가 따랐다.

또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받았다. 코리아하우스 운영대행용역 입찰 선정 당시 유수의 대기업을 제치고 낙찰된 C업체는, 이 과정에서 5개 업체 중 정량평가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으나 주관적 점수인 정성평가에선 1위를 차지했다. 이 업체는 지난 2016년부터 대한체육회와 12건의 총 90억 원 이상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의원은 "계속 이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 아니냐. 방만 경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별도의 시간을 가지고 보고드리겠다"고만 답했다.

대한체육회의 인건비 지급 등 회계 처리도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회장 취임 이후 체육회 인건비 지급 명세가 현재 인원과 맞지 않는다. 거의 일정했던 인건비 예산이 들쭉날쭉하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2018년 체육회 현원은 190명인데 인건비가 지급된 직원 수는 212명 등 이 회장 취임 후인 2017년부터 수치가 일치하지 않는다. 김 의원은 "사업비로 써야 할 돈이 인건비로 엉뚱하게 나간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현안 질의 당시 정 회장이 천안축구종합센터 건설 관련 HDC현대산업개발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축구협회는 도움만 받고 자문 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자문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나 축구협회가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천안축구종합센터 건설사업 관리자문 용역계약서를 공개했다. 2022년 11월 1일 축구협회와 현대산업개발이 맺은 것으로, 정 회장과 최익훈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혔다. 또 시공사는 동부건설인데 현장엔 현대산업개발 관리소장이 파견돼 사실상 건설 전 과정을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부적절해 보인다"면서 축구협회 관련 감사 최종 발표가 10월 말 이후로 더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최근 홍명보 감독 체제의 축구대표팀이 3연승을 거두면서 선임 과정의 절차적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성적만 좋다면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문체부는 대표팀 성적이 정 회장 4연임 및 축구협회 감사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라고 물었다. 이 국장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위는 지난달 현안 질의 당시 홍 감독 면담을 독대했다는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를 위증 혐의로 고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이 이사가 한 카페에서 홍 감독 면담을 단 두 명이 진행했다고 했지만, 한 언론을 통해 그 자리에 최영일 축구협회 부회장이 동석했다는 게 확인됐다"며 고발을 촉구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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