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직후 秋 부른 尹, 친한계 "갈라치기"...윤·한 끝장 갈등에 국민의힘 '전운'

입력
2024.10.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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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한 대표 뒤통수만 보여… 권력관계 위상?”
친윤 "분열하면 공멸, 한 대표 야당 하듯 한다”
당내서 ‘제3자 김건희 특검법’ 논의 가능성도 제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빈손 회동’을 두고 국민의힘에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22일 친한동훈(친한)계는 "교장 선생님이 학생을 불러 훈시하는 느낌이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반면 대통령실을 위시한 친윤석열(친윤)계는 "대통령을 협박하느냐"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전날 면담 직후 윤 대통령이 추경호 원내대표를 따로 불러 회동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자칫 계파 갈등이 내전(內戰)에 준하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오전 일정 취소한 韓... 다음 전략 모색?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일정을 취소하고 여의도에 출근하지 않았다. 친한계 핵심 의원은 "옛날로 따지면 (숙고를 위해) 사실상 산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날 면담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사 쇄신 △활동 중단 △관련 의혹 해명 등 한 대표의 3대 요구에 사실상 난색을 표했다. 이에 한 대표가 '다음 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게 한 대표 측 설명이다.

친한계는 이날 윤 대통령을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대통령실에서 배포한 사진을 보면, 한 대표가 뒤통수만 보이고 있다"라며 "권력관계의 위상을 보여주려 한 것인가"라고 했다. "한동훈의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는 실망감에 "(친윤계와 친한계가) 헤어질 결심을 하고 마지막 의식을 치른 것"(김근식 송파병당협위원장)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친한계 의원 20여 명은 이날 밤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사실상의 세 결집을 도모했다.

친윤계도 맞대응에 나섰다. 권성동 의원은 "한 대표 측근 그룹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지렛대로 대통령실에 협박하듯 얘기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분열은 공멸이다. 한 대표가 야당이 하듯 대통령실을 몰아세우면 안 된다"(친윤계 중진 의원)는 얘기도 나왔다. 대통령실도 "왜 면담이 부정적으로 알려지는지 알 수 없다"며 인식차를 보였다.


이날 오전 알려진 윤 대통령과 추 원내대표의 '별도 회동'도 계파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의원들과 여의도에서 만찬을 한 뒤 (윤 대통령과의) 자리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 한 대표 측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전날 면담이 오후 6시 넘어서 끝났기 때문에 만찬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윤 대통령의 선택은 추 원내대표였다.

이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필요할 때 의원들에게 불시에 연락해 가벼운 자리를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지 한 달 만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 '3자 면담'을 했다. 한 대표 측에서 "원내대표를 따로 부른 건 사실상의 갈라치기"라고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대표 회동 후 첫마디는, “국민만 보고 문제 해결할 것”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10·16 재보궐선거 승리 인사를 위해 인천 강화군을 찾아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재보선 국면부터 '국민 눈높이'를 기치로 김 여사 리스크 해소와 국정 기조 변화를 요구한 한 대표가 면담 이후 첫 일성으로 '마이웨이'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친한계에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두고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여기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며 "채 상병 문제 때 ‘제3자 특검’을 얘기했듯이 이 문제도 제3자 특검이라는 해법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여야 대표 회동에서 ‘제3자 특검법’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지용 기자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