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중대재해 인정 대신 "깊이 검토 중"

입력
2024.10.22 18:20
5월 피폭 사고로 노동자는 손가락 절단 위기
고용부 '부상' 판단에도 불구, 삼전 "검토 중"
이용우 의원 "이재용 회장 구하기 대응" 질타
근복공단도 '부상→질병' 바꿔서 승인해 논란

올해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에 대해 최근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라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2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 측이 중대재해 여부에 유보적 입장을 밝혀 질타를 받았다.

윤태양 삼성전자 최고안전책임자(CSO) 부사장은 이날 국회 환노위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여전히 피폭 사고가 업무상 부상이 아닌 질병이라는 입장이냐'는 여러 야당 의원들 질문에 "깊이 검토 중"이라는 대답을 반복했다. 윤 부사장은 고용부가 삼성전자의 중대재해 발생 사실 미보고에 과태료 3,000만 원을 부과한 것과 관련, 이의 신청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해당 사고가 '부상'인지 '질병'인지 쟁점이 되는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5월 27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는 방사선 발생장치를 수리하던 30대 직원 2명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에게는 안전 기준 한도를 각 188배, 56배 초과한 방사선 피폭이 발생했고 이 중 한 명은 손가락을 절단해야 할 위기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동시 발생한 재해 △부상자 또는 작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중대재해'라고 규정한다. 삼성전자는 업무상 질병에 '전리방사선에 노출돼 발생한 급성 방사선증'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피폭이 부상이 아닌 질병이라고 주장했으나, 최근 고용부는 6곳의 의학·법률 자문을 받아 부상이자 중대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윤 부사장은 이날 "관련 기관의 판단을 존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재해자 치료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철저하게 시행하겠다"면서도 끝까지 중대재해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는 이게 중대재해로 규정됐을 때 중처법에 따른 경영책임자로 포섭될 수 있는 '이재용 회장 구하기'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인다"며 "피해자 피해만 가중하고 고통만 극대화시키는 조치들"이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지금 삼성전자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철저한 원인 규명, 책임자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사고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이 피해자가 '업무상 부상'으로 신청한 사건을 '업무상 질병'으로 바꿔 승인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중대재해(적용)를 염두에 둔 판단이 아니냐"고 추궁하며 "삼성전자 출신 이사장이라 이례적으로 공단이 변경 승인을 했다는 오해를 살 만하다"라고 지적했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취임 직전에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 안전보건고문으로 재직했다.

박 이사장은 이에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 용이한 쪽으로 관례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분류 변경 관련) 사전에 의도했거나 압력받은 것은 전혀 없다는 점을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과거 공단이 산재 인정한 백혈병, 화상 등 방사선 피폭 49건은 모두 업무상 질병으로 분류됐기에 이번에도 관례를 따른 것이라는 취지다.

한편 이날 환노위는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로 인해 구속 중인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 대해 국정감사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박 대표는 오는 25일 고용부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이날 오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