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법인 상장 , 글로벌 경영 새 지평 열었다

입력
2024.10.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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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22일 인도법인인 ‘현대차 인도(HMIL)’의 현지 상장에 성공했다. 주당 1,960루피(약 3만2,163원)의 공모가로 진행된 기업공개(IPO)는 청약률 200%를 크게 넘겼다. 올해 아시아 최대 IPO로 꼽히는 이번 상장으로 현대차는 보유 지분(100%) 중 17.5%인 1억4,219만 주를 공개매각하는 구주매출을 통해 공모가 기준 33억 달러(4조5,000억 원)를 조달하게 됐다. HMIL 상장은 글로벌 완성차 현지 법인으론 일본 스즈키의 현지 합작사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두 번째다.

HMIL은 이번 IPO 과정에서 190억 달러(26조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현대차 기업가치도 최대 30% 상승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됐다. 더 중요한 건 향후 HMIL이 공모자금 투자를 통해 현지 기업으로 입지를 세우고, 현대차 글로벌 경영의 새 거점으로 발전할 계기를 다지게 됐다는 점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현지 방문 중인 정의선 회장을 공관에 초대해 면담한 것도 인도의 국민적 관심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1998년 2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타밀나두주 첸나이 공장을 설립하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 첫발을 내디뎠다. 자동차 불모지인 인도에 외국계 첫 진출이란 선제적인 시장 진입이었다. 이를 통해 누적 판매량 800만 대를 넘겼고, 지난해엔 크레타 알카자르 등 SUV 판매 호조로 시장점유율 14.6%를 기록, 전체 완성차 브랜드 중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현지 푸네 공장을 인수하고 110만 대 생산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등 인도를 권역 수출 거점으로 육성하는 중장기 전략을 가동 중이다.

현대차 ‘인도 전략’의 도약대가 될 HMIL 상장을 보는 시각은 복합적이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 선점을 겨냥한 행보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전기차 공장 1건을 빼곤 최근 30여 년간 국내 투자가 거의 없었던 현실도 돌아보게 된다. 향후 LG전자 등 다른 대기업들도 인도법인 상장을 추진하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기반의 인도 유출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와 현지화가 지금 글로벌 시장의 대세인 만큼, HMIL 상장이 적극적 해외 현지화 투자를 통한 지속 성장과 글로벌 경영의 새 지평을 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