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면 손 자른다"며 바지 속 촬영한 초등생...'출석정지 10일' 처분 논란

입력
2024.10.22 19:30
"같은 학년생 피해자 유인, 강제 촬영"
"흉기 들고 '가면 손 자를 것' 위협"
학폭위 "폭력 심각하나 지속성 낮아"
가해자엔 '학교 출석정지 10일' 결정

초등학교 남학생이 같은 학년 남학생을 위협하며 신체 주요 부위를 강제로 촬영했으나 받은 처분은 10일간의 학교 출석정지에 그쳤다는 사연이 전해지며 공분이 일고 있다.

21일 오후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강원 춘천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피해자 A학생은 지난 4월 같은 학교 동아리 친구인 가해자 B학생의 초대로 B의 집에 갔다가 성폭력을 당했다. 당시 B학생은 집에 온 A학생의 옷을 벗겼고 이 과정에서 A학생이 저항하자 손을 묶은 뒤 흉기를 들고 "도망가면 손가락을 잘라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화장실로 끌고 가 "안 찍으면 집에 안 보내준다"며 A학생의 신체 부위를 촬영했다.

이날 방송에 공개된 가해자 B학생의 휴대전화 속 영상을 보면, 흐느끼고 있는 A학생의 바지가 벗겨져 있다. A학생이 "언제까지 찍을 거냐"고 하자 B학생은 "빨리 끝내자"고 했다. A학생이 "빨리 가야 되는데"라고 하자 B학생은 "빨리 가고 싶으면 빨리 끝내, 아직 안 보여줬잖아"라고 말했다.

A학생의 피해 사실은 학교에도 알려졌다. 방송에 따르면 학교는 사건 당사자인 두 학생을 6일간 물리적으로 마주치지 않도록 분리 조치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열어 B학생에 대해 '출석정지 10일' 처분을 결정했다. 공개된 학폭위 문서를 보면 사건 당시 가해 학생의 행동은 심각성과 고의성이 매우 높은 학교폭력으로 인정됐으나, 폭력의 '지속성'은 없다고 판단돼 이 같은 처분이 내려졌다.

A학생의 부모는 학폭위의 결정에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가해 학생 부모가 학폭위가 열리기 전엔 사과를 하면서 '(B학생의) 전학을 고려하겠다'고 했는데 출석정지 10일이 나오자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고 방송에 주장했다. 현재 A학생은 학교에서 가해 학생과 마주치면 화장실로 숨는 등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A학생의 부모는 관할 교육청에 해당 사건에 대한 행정심판을, 가해자 B학생에 대해서는 형사 고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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