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자본 '버스 먹튀'로 돈 못 벌게"...서울시, 버스 적자 보전 상한선 두고 노선 바꾼다

입력
2024.10.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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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버스 준공영제 도입 20년 만에 개편
적자 전액 보전 방식에서 상한선 정해 지원
수익 노린 불건전·외국계 자본 진입 제한
'걸어서 5분 내' 버스 노선도 전면 개편

서울시가 과도한 재정 부담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 20년 만에 손본다. 시내버스 운송수지 적자분 전액을 시가 보전하던 기존 방식을, 미리 정한 상한선 내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사모펀드 등 민간 자본의 무분별한 진입을 제한한다. 변화된 교통 수요에 맞춰 노선 개편도 추진한다.

'사후정산→사전확정' 지원 방식 개편...재정부담 완화

22일 서울시가 발표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방안'은 현행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틀은 유지하면서 재정과 공공성 개선, 노선 개편 등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2004년 서울시는 교통 취약지역의 노선 운행 등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지자체가 버스업체의 적자를 메워주는 방식인데 매년 운송수지 적자를 보존하기 위해 재정 부담이 커졌다. 또한 준공영제의 허점을 노리고 들어온 민간자본에 의한 공공성 훼손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따라 시는 버스업체에 대한 지원 방식을 운송수지 적자분(총수입-총비용) 전액을 보전해주던 기존 '사후정산'에서, 예상 총수입과 총비용을 미리 정해 그 차액만 지원하는 '사전확정제'로 바꿔 재정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실제로 2014년 2,538억 원이었던 재정지원금은 지난해 8,915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누적 적자액도 2024년 8,688억 원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쓰는 만큼 실비로 보전해 주던 인건비와 연료비도 상한선을 정해 보전하는 '표준정산제'로 개선한다.

민간자본 진입 기준 강화...'먹튀' 방지

수익성만 노린 투기성 자본의 진입에도 제동을 건다. 지자체 재정 지원에 의존한 사모펀드 등 민간자본이 서민의 발인 버스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앞서 2019~2022년 서울 시내버스 운수회사 6곳 등을 인수한 국내 사모펀드 차파트너스가 배당금을 챙긴 뒤 통매각을 추진하면서 '먹튀' 논란이 커졌다. 오세훈 시장은 "돈 벌 길을 차단해 들어올 엄두를 못 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불건전·외국계 자본, 과다영리 추구 자본의 진입을 제한한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 설립 2년 이상이 지난 곳에만 기회를 준다. 이미 진입한 민간자본의 경우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1개월분 현금성 자산 상시 보유 의무화 등을 통해 배당수익을 제한한다. 또한 알짜 자산 매각 후 단기간에 운수업계를 청산·이탈하는 '먹튀' 차단을 위해 버스회사가 임의로 차고지를 매각한 경우 차고지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다.

'걸어서 5분' 미세교통망 형성...노선 전면 개편

시내버스 노선도 전면 개편한다. 20년 동안 변화된 교통 수요를 반영해 소외되는 지역 없이 2026년부터 서울시민 누구나 걸어서 5분 내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철도노선을 기본 축으로 두고 광역버스와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 노선을 재조정해 '미세교통망'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장거리·중복 노선은 줄이고 굴곡이 심한 노선은 완화한다.

간선버스의 경우 굴곡도가 낮은 노선에 2층 버스를 투입하고, 새벽이나 심야시간대 청소·경비 노동자 탑승이 많은 노선에는 자율주행버스 등을 우선 배치한다. 시는 버스회사 등 관계자들과 협의 절차를 지속할 예정이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견이 있는 부분과 사안별 구체적 내용과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해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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