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도전"... 조용필, '가왕'의 음악은 계속된다 [종합]

입력
2024.10.22 17:33
정규 20집 '20', 오늘(22일) 오후 6시 발매

"제게 음악은 도전이에요. 해보고 싶었던 욕망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결국 다 이루지 못하고 끝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앨범은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저는 계속 음악을 하려 합니다. 언젠가 제가 정말 안 되겠다 싶을 때 그만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가왕(歌王)'의 도전은 계속된다. 어느덧 데뷔 56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이 또 한 번의 음악적 도전을 담은 새 앨범으로 자신의 음악사에 또 하나의 발자취를 남겼다.

조용필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정규 20집 '20'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20'은 조용필이 지난 2013년 발매한 정규 19집 '헬로'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새 정규 앨범이자 조용필이 데뷔 56년을 맞아 발매하는 20번째 정규 앨범이다. 조용필의 음악사에 또 하나의 굵직한 발자취를 남길 이번 앨범에서 그는 록, 일렉트로니카, 발라드를 가로지르는 넓은 장르 스펙트럼에 자신만의 강렬한 음악적 정체성을 더해 '2024년 조용필의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정규 20집, 앨범 단위로는 마지막 될 듯"

이날 새 타이틀 곡 '그래도 돼'의 뮤직비디오를 최초로 공개한 뒤 힘차게 손을 흔들며 무대에 등장한 조용필은 "70살이 넘어서 새 앨범을 낸다는 것이 너무 어렵지만 열심히 해봤다. 제가 1집부터 시작해서 20집이다. 20집까지 했으면, 아마 앨범으로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또 새로운, 좋은 곡을 만들면 또 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여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를 자아냈다.

"많은 분들이 제가 20집으로 마지막을 찍는다고 생각을 하시더라"고 말한 조용필은 "아마 앨범으로서는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몇 곡 씩 내는 형태가 될 것 같은데,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다. 또 갑자기 21집을 낼지도 모르겠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당초 지난해 데뷔 55주년을 맞아 발매 예정이었던 이번 앨범은 완성도를 위해 한 차례 발매 시기를 연기했었다. 대신 조용필은 2022년 싱글 '로드 투 20-프리루드 1', 지난해 '로드 투 20-프리루드 2'를 발매하며 정규 20집으로 가는 로드맵을 제시, 가왕의 귀환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산고 끝 '20'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가운데 조용필은 "음반은 쉽게 (완성)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앨범을 그동안 많이 만들어 봤지만 제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마음에 안 들더라. 만들어 놓고 다시 들어보면 '아니다' 싶더라. 그렇게 또 다른 곡이 나오는 거다. 그런 곡이 수백 곡이 될 것 같다"라고 쉽지 않았던 작업기를 회상했다.

"오랜 음악 생활, 답은 '연습' 뿐"

타이틀 곡 '그래도 돼'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가다. 조용필은 신곡에서 이제는 자신을 믿어보라는, 또 조금은 늦어도 좋다는 공감 어린 위로를 전한다. 데뷔 이후 꾸준한 음악적 도전을 이어오며 '늙지 않는 음악'을 추구해 온 조용필은 신곡에서 자신만의 '모던 록' 장르를 선보이며 한계 없는 음악 세계를 입증한다.

조용필은 '그래도 돼'의 탄생 배경을 밝혔다. 그는 "제가 TV에서 올 봄에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우승자가 세리머니를 하더라. 그런데 같이 싸웠던 다른 선수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카메라 앵글에도 잡히지 않더라. 그 때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속상하고 실망했겠지만 그 당시의 나 같으면 '다음엔 이길거야. 힘을 가질거야. 지금은 그래도 돼'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싶었다"라며 "그 이야기를 작사가분께 들려드렸다. '어떤 사람이든 지금 그런 마음일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담은 가사가 필요하다고 말해서 탄생한 곡"이라고 전했다.

이번 앨범에는 '그래도 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석 시도를 담은 장르의 7곡이 수록됐다. 끊임 없이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실험적이고 발전적인 음악을 추구해 오고 있는 조용필은 오랜 음악 생활의 근간엔 발전을 위한 꾸준한 연습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가수로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야 하고 음악을 좋아해야 하고, 다양한 장르를 들으며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저는 창법이나 음성을 내는 연습 등을 굉장히 많이 연구하고 '저 가수는 저렇게 했는데 나는 될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라며 "그게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었던 동기인 것 같다. 음악은 하나의 표현인 만큼 결국 전달된 이후에는 대중의 것이 된다. 예전에는 그런 걸 잘 모르고 '음악이 좋으니까 하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차츰차츰 깨닫게 되면서 디테일하게 연구하고 있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날 조용필은 자신의 목소리가 예전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겸허하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현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좋은 결과물을 들려주는 것은 노력과 연습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요? 그런 계획 없습니다. 그저 조금 더 노래를 할 수 있는 목소리였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건 연습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습을 통해 앞으로 조금 더 강한 목소리가 나왔으면 합니다."

한편, 조용필의 정규 20집 '20'은 이날 오후 6시 주요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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