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감은 온통 이재명 재판 얘기만... '재판부 고유권한'까지 시시비비

입력
2024.10.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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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수도권 법원 국정감사]
재판부 재배당·생중계 등 절차에 질의 집중
법원 "법관 증원 절실"... 사건 발언은 자제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 등 수도권 법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받고 있는 네 개의 재판 관련 질문에 화력을 쏟아부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재판부 재배당 문제나 선고 생중계 등 법원의 고유권한에 해당하는 절차 문제를 놓고 잔소리를 이어갔는데, 국회가 재판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기 위해 국정감사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서울·수원고법 관할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여당 질의는 다음 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 1심 재판에 집중됐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두고 "선거법 위반 사건은 1년 안에 1심부터 3심까지 모든 재판을 끝내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 사건은) 1심 선고까지 2년 이상 걸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선고 생중계가 필요하다는 여당(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은 '사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재판 지연은 결국 국회가 해결해야 할 '법관 증원'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강조했다.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은 "형사합의부 재판부들은 집중 심리를 하고 있지만 판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법관 증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재판부가 최소 4개 이상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 생중계에 대해선 "재판장 허가 사항"이라고만 답했다.

민주당은 대북송금 사건이 걸린 수원지법을 타깃으로 삼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이 대표 공범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1심을 담당했는데, 이 대표 측은 이 전 부지사를 일부 유죄로 판단한 재판부가 이 대표의 재판을 맡는 것이 부당하다며 재배당을 요청했다가 기각당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수원지법에서 예단을 갖고 재판할 게 너무 명확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세윤 수원지법원장은 "종전 사건(이 전 부지사)과 별개 사건이라 제척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답했다. 전산으로 자동 배당한 점을 강조하며 "공범을 재판했다는 이유로 특정 재판부를 제외하면 배당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일부 지지자들이 재판장인 신진우 부장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윤준 서울고법원장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법관 입장에서 상당히 비감하다는 생각"이라면서 "법원을 믿고 기다려주시면 한 단계 더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 동행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야당 의원들의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형사고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인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보도' 재판에서 검찰이 범죄사실을 명확하지 않게 기재했다는 지적과 관련한 질의도 나왔다. 황정수 서울남부지법원장은 이에 대해 "솔직히 말해 편법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검찰 나름의 입장이 있겠지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