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 차 태아를 임신중지(낙태)하고 이를 브이로그(일상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린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술이 이뤄진 병원 원장과 집도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7월 중순 경찰에 수사가 의뢰된 지 3개월여 만이다.
22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낙태 경험담을 유튜브에 올린 20대 여성의 수술이 진행된 산부인과 병원장과 실제 수술을 집도한 의사 등 2명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지난주 신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며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앞서 6월 27일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브이로그가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만삭에 가까운 상태라 논란이 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7월 15일 브이로그를 올린 20대 여성과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살인 혐의로 수사의뢰했고, 경찰은 지난달 12일 이들 2명을 입건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당초 병원장이 집도의로 알려졌으나, 실제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8월 중순쯤 추가 입건됐다. 집도의는 다른 병원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로, 사건 관계자들의 거짓 진술로 존재가 처음엔 드러나지 않았으나, 결국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70대 원장과 집도의, 병원 의뢰를 받고 동석한 마취의, 이 병원 소속 보조 의료진(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3명까지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 6명, 낙태 브이로그를 직접 유튜브에 올린 20대 여성과 환자를 병원에 알선한 브로커 2명 등 총 9명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원장과 집도의, 20대 여성에겐 살인 혐의가 적용됐고, 다른 의료진 4명은 살인 방조 혐의로 입건됐다. 브로커 두 명은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병원장에게도 병원 내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의료법 위반 혐의가 더해졌다.
경찰은 병원을 압수수색해 휴대폰과 태블릿, 진료기록부를 비롯한 관련 자료를 확보했고 최근 종합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 전문가로부터 자문 결과를 회신받아 종합 분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살인죄로 처벌하려면 산모의 몸에서 꺼냈을 당시 살아 있는 아이를 의료진이 사망하게 했는지가 증명돼야 한다. 구속영장이 신청, 청구된 점으로 미뤄볼 때 사산(태아가 모체로부터 완전히 분리되기 전에 사망 )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을 경찰이 확보한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