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려면

입력
2024.10.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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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은 1949년 3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한국과 수교하였고 한국전에 아시아에서는 최대병력인 7,420명을 파견하였다. 그 이후 필리핀 정부는 줄기차게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우리 입장을 강력히 지지해왔고 양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다방면에 걸쳐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한-필리핀 수교 75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하였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더욱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함께 정기적으로 모여서 북한문제나 남중국해 등 지역안보문제와 국방·방산 협력을 논의하는 외교안보장관회의(2+2회의)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필리핀,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소지역 다자안보협의체를 구성하여 전통적인 안보문제와 더불어 사이버 안보나 해양안보, 기후변화 등 비전통적 안보위협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둘째,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을 조속히 발효하고 양국 상무장관 간 정례 협의체를 구성하여 산업 및 원자력 분야의 협력을 가시화해야 한다. 공항이나 항만, 철도 등 약 200개에 달하는 주요 인프라 분야의 협력을 위해 정부 간 협의체 신설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필리핀은 장기적으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고 중상위층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비전 2040'을 발표하고 주택·도시 개발, 제조업, 교통인프라, 교육, 관광 산업, 농업, 보건 복지, 금융 서비스 8개 영역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거시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마닐라에 본부가 있는 아시아개발은행과 함께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필리핀에서 한류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고 필리핀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 관광객이 지난 수년간 가장 많을 정도로 양국 간 인적 교류가 활발하므로, 민간차원의 교류와 협력도 적극 장려해 나가야 한다. 지난 8월에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을 초청하여 세미나를 개최하였으며, 9월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마닐라에서 한·필리핀 포럼을 개최한 것처럼 학계 차원에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여 양국 간 여론지도층의 중심적인 연결고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필리핀은 지난 75년간 다방면에 걸쳐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윤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방문을 계기로 앞으로 정치,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면에서 장기적으로 평화, 번영, 상생을 위한 미래 동반자로 발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적극 강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동만 서울대 아시아 연구소 방문학자·전 필리핀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