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레이션' 시작? 맘스터치·자담치킨 값 올리며 "수수료 탓" 하는데 믿을 수 있나

입력
2024.10.22 17:00
14면
맘스터치, 버거·치킨 300~500원↑
"배달 수수료 등 점주 수익성 악화"
자담치킨도 1,000~2,000원 인상
호식이치킨은 '배달용' 돈 더 받아
외식업계 전반 도미노 인상 우려
가맹본사 이익률 과도 지적도 나와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가 햄버거와 치킨 가격을 인상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부담이 너무 커져 가맹점주들이 곤란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매장 가격보다 배달 음식 값을 높게 받는 이중가격제도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배달 앱의 수수료 인상이 치킨·햄버거·피자 등 주요 외식 물가를 밀어 올리는 '앱플레이션'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 앱 3사의 중개 수수료율은 9.7~9.8%에 달한다.

맘스터치는 "24일부터 버거(28종)는 300원, 치킨(12종)은 500원씩 가격을 인상한다"고 22일 밝혔다. 대표 메뉴 싸이버거 단품이 4,600원에서 4,900원으로, 후라이드 치킨 반 마리가 9,400원에서 9,900원으로 조정된다. 맘스터치가 메뉴 가격을 전반적으로 올린 것은 2023년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회사 관계자는 "배달 앱 수수료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인건비·공공요금 등 비용 상승으로 점주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고 했다.




배달 앱 수수료를 이유로 가격을 올린 곳은 맘스터치뿐만이 아니다. 자담치킨도 2일부터 전체 메뉴 가격을 1,000~2,000원 인상했다. 후라이드 치킨은 2만 원→2만1,000원으로, 맵슐랭 순살치킨은 2만3,000원→2만5,000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맥도날드·롯데리아 등 주요 햄버거 브랜드가 도입한 이중가격제도 외식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샌드위치 브랜드 퀴즈노스는 매장가보다 배달 앱 판매가를 900~1,500원 높였다. 호식이두마리치킨도 배달 앱 판매가를 500~2,000원씩 인상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부담을 덜어 달라는 점주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BBQ, bhc 같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반발이 만만치 않아서다. 대신 자사 앱에서 소비자들이 치킨을 주문하도록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BBQ는 자사 앱에서 치킨을 한 마리 이상 주문하면 치킨을 반 마리 더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bhc치킨도 자사 앱에서 뿌링클 메뉴 7종을 주문하면 4,000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무료배달 같은 혜택이 많고 주문도 편리한 배달 앱을 소비자가 떠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배달 앱 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본사들도 값을 올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부에선 배달 앱 문제와 별개로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동전 맘스터치앤컴퍼니 대표를 향해 "가맹점 매출 대비 본사 마진 비율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원부자재 비용을 낮출 생각은 없느냐"고 했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매출 3,639억 원, 영업이익 53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5%에 달한다. 김 대표는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는 프랜차이즈라 영업이익률이 13~15%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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