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두고 정부는 22일 "북러 간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북러가 '정도를 지나칠 경우' 공격용 살상 무기 지원도 망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정보 확보 차원에서의 병력 파견에서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체계인 '천궁' 미사일 지원까지 여러 방안들이 거론된다.
국가정보원의 발표와 우크라이나군 정보기관 및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등을 종합하면, 북한은 특수부대 병력 1만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할 계획 아래 극동지역에 선발대 1,500명을 투입, 현재 적응훈련 중이다. 러시아군 군복과 개인장비는 물론 위조 신분증까지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를 '참전의 전초' 단계로 받아들인다.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는 △전투식량, 의약품, 방탄헬멧 등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는 군수물자 규모를 확대하거나 △정보 획득을 위한 모니터링단 파견 등이 거론된다. 현재 군은 폴란드 등 인근 국가에 배치된 무관 등을 통해 전쟁 관련 정보를 얻고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면서 획득하는 정보와는 질적에서 차이가 크다.
특히 모니터링단의 파견은 효용성 면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북한 특수부대의 전술과 전투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북한군 포로가 발생할 경우 신문에 직접 관여할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진 북한군 정보를 우크라이나 측에 제공할 수도 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표단을 신속히 파견하겠다"고 공언, 일부 병력의 파견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방부 역시 이날 기자단에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인정했다. 지난 17일에는 여당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참관단' 파견을 제안하기도 했다. 모니터링단 등의 파병은 부대 단위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된다.
'현지화'를 마친 파병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참여한다면 △러시아 주둔지 방어와 △공세적 전장 투입으로 시나리오를 나눠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우리 정부는 '비례성 원칙'에 따라 방어적 무기 체계를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체계인 '천궁'이 거론된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KN-23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기도 하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세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러우전쟁의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드론과, 이를 막기 위한 안티 드론 체계를 지원할 수도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5월 방한 당시 드론 지원을 적극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을 지원한다면, 적 드론의 전파를 교란하는 '재밍 드론'과 적의 재밍을 무력화할 수 있는 '재밍 내성 드론' 등도 입에 오른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총구를 겨눈 사실까지 확인된다면, 공격용 무기 지원까지도 고려될 수 있다. 155㎜ 포탄이 대표적이다. 1,000㎞에 달하는 광활한 전선에서 적의 진격을 방어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꼽힌다. 전장에서 소모되는 포탄은 연간 100만 발 이상, 러시아도 북한에 포탄 지원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한 이유다. 미국외교협회에 따르면 러우전쟁에서 발생한 양국 사상자의 80%가 포탄에 피해를 입었다.
다만 우리 군 역시 비축 포탄에 한계가 있어 얼마나 적극적일지는 미지수다.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군은 이미 미국에 대여하는 형태로 155㎜ 포탄 50만 발을 우회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가 지원 역시 미국·유럽 등을 통한 우회 지원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자가 러시아에 파견된 사실이 우리 정보당국에 포착된 것도 향후 대응책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ICBM 기술 이전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북러 군사협력의 '레드라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포탄은 물론 '천무' 다연장로켓,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K2전차, K9자주포 등 지상 무기체계 등의 직접 지원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