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 측 "이준석·오세훈·김진태 등이 '명태균 리스트' 핵심...명씨에 은혜 입어"

입력
2024.10.22 13:00
강씨 대리인 노영희 변호사 라디오 인터뷰
"27명 리스트에 핵심 인물 따로 있다"
"이준석·오세훈은 명씨가 자신하는 2명"
여론조사 결과 제공하고 추후 대금 정산
"윤석열 잘되니 '돈 받아 오겠다'고 한 것"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관련된 정치인 명단,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강혜경(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책임자)씨 측이 리스트의 핵심 인물로 오세훈 서울시장·김진태 강원도지사·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을 꼽았다. 이들이 반복적 여론조사 등 명씨의 도움을 받아 공천을 받거나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것이다.

강씨의 법률 대리인 노영희 변호사는 전날 국감 참석 후 건강이 악화한 강씨를 대신해 22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명태균 리스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MBC 라디오 '이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리스트에 거론된 정치인들이 두 분류로 나뉜다고 말했다. 그는 "김진태 지사, 박완수 지사, 김영선 전 의원 이런 사람들은 명씨 도움을 받아 여론조사도 여러 번 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 작업을 조금 했던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깊숙하게 무슨 행동을 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결국 여론조사를 의뢰해 뭔가를 진행하려다가 실패하거나, 하다가 말았거나, 안 했거나 이런 사람들인 것 같다"고 밝혔다. 27명은 명씨가 한 번이라도 여론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 정치인들의 명단이라는 게 노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준석-명태균 끈끈해 '칠불사 회동'도 한 것"

노 변호사는 특히 김 지사가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내 경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될 뻔하다가 기사회생한 사례를 예로 들면서 "그 과정에 그 사람(명씨)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명씨가 김 여사나 이런 사람들한테 얘기해서 어쨌든 김 지사를 살려준 상황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아주 깊숙이 (명씨와) 관여돼 있는, 아주 은혜를 입은 그런 사람들이 대표적인 인물들이 몇 명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스트 핵심 인물로 오세훈 시장과 이준석 의원도 거론됐다. 노 변호사는 "명씨가 (자신의 득을 본 정치인으로) 자신 있게 말하는 2명이 이 의원과 오 시장이었다"면서 "이 얘기는 명씨가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다"고 강조했다. 총선 직전인 2월 29일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서 명씨와 이 의원, 김 전 의원 등이 만나 공천 과정을 논의한 이른바 '칠불사 회동'도 이 의원과 명씨와의 끈끈한 관계가 바탕이 됐다는 게 노 변호사의 설명이다.

노 변호사는 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명씨의 여론조사 작업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노 변호사는 명씨가 선거 과정에서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여론조사 조작 결과를) 특정인에게 보고해서 그 사람(후보)이 '실제 내부적으로는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우세하다'는 것을 알리는 목적, 그다음 나머지 경선 후보들에게도 '이쪽은 봐라. 비공표 여론조사는 지금 이렇게 나왔다'(고 하기 위해 조작을 했다)"고 설명했다.

"'2등을 1등으로 올려줄게' 후보들에게 접근"

명씨는 또 이 과정에서 후보 측에 접근해 여론조사 결과 왜곡을 권하기도 했다고 노 변호사는 말했다. 노 변호사는 "명씨가 우선 누구(후보)를 타깃(목표)로 정하면 그 타깃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서 먼저 보고서를 만들어서 그 사람에게 가져다준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다음 그 사람이 '이거 되게 괜찮네' 내지는 조사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명씨가)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해서 조작을 하면 당신을 2등에서 1등으로 올릴 수 있다'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다음 후보 측이 여론조사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면, 구두 계약 방식으로 용역이 성사된다는 것이 노 변호사의 설명이다.


여론조사에 대한 대가는 선거가 끝난 후에 한꺼번에 정산했다고 한다. 명씨가 대선 여론조사 비용과 관련해 '김 여사에게 돈을 받아오겠다'고 발언했다는 주장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노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81회 여론조사를 했다는 것이고, 그러니까 돈은 나중에 대선 끝나고 윤 대통령이 잘되고 나니 '내가 가서 돈 받아올게' 이런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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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정감사 이후 건강이 악화한 강씨는 CBS 라디오와의 짤막한 인터뷰에서 본인의 증언에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강씨는 "(내가) 더불어민주당 손을 잡았다거나, 민주당 쪽에서 움직여 주니 (증언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 등 이런저런 오해를 또 많이 하고 있는데 그런 오해는 절대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거짓을 이기기 위해 진실을 밝히고자 용기를 내서 나왔다. 거기에 좀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씨는 노 변호사를 통해 국회 출입기자단에 "(명씨가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와 연관된 인사들"이라며 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 27인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윤 대통령과 나경원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박완수 경남지사·김진태 강원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안철수·윤상현·김은혜·박대출·강민국·윤한홍·조은희·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현직 의원과 안홍준·강기윤·하태경·이주환·조명희 등 국민의힘 전직 의원, 조규일·오태완·홍남표·이학석 등 원외 정치인 등의 이름이 올랐다. 또한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한 이언주 의원과 김두관 전 민주당, 여영국 전 정의당 의원 등 야권 인사의 이름도 포함됐다.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