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 유엔대사, “러시아, 불량국가 북한 동원해 도박” 안보리서 규탄

입력
2024.10.22 06:31
"북한, 반대급부로 러시아 핵 기술 기대할 것"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행동 믿기 어려워"
北 대표부, 파병 관련해 "근거 없는 소문"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21일(현지시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아무리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절박하더라도 악명 높은 불량국가(북한)의 병력을 동원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고 규탄했다.


황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식회의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불법 군사협력은 규탄받아야 하며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점을 강조하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이런 도박을 하면서 전쟁 흐름을 바꾸려고 한 것이 믿기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국제 규범과 안보리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해왔지만 북한의 군대 파견은 우리마저도 놀라게 했다”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이어 이번 파병으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여가 질적으로 달라진 점을 부각한 뒤, 이에 따라 북한이 ‘적극적인 교전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북한이 (앞으로) 군사적, 재정적 지원 혹은 핵무기 관련 기술과 같은 반대급부를 러시아로부터 기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런 새로운 사태 발전에 대응하여 동맹국 및 우방국 등과 협력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최근 발족한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 등을 통해 (대북) 제재 위반도 계속 감시하고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유엔 대사는 북한군 파병에 대해 서방이 만든 ‘부기맨’(아이들에게 겁을 줄 때 들먹이는 귀신)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 추진 발언에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미국과 그 동맹국은 이란, 중국, 북한을 부기맨으로 삼아 두려움을 팔며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표부, 파병 보도에 "근거 없는 소문"

한편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또 다른 회의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보도와 관련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발뺌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이날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답변권을 얻어 “러시아와의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가 주장하는 주권 국가 간의 이른바 무기 이전은 (군축·국제안보 관련) 토론 주제와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북한대표부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의 발언에 대한 답변권 행사 과정에서 나왔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