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진 '尹 불통'에 더 멀어진 민심... 친한계 "한동훈 더 강하게 나갈 명분 쌓였다"

입력
2024.10.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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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직접 브리핑 없자 "불만 드러냈다" 해석
친한계 "지켜보자"...尹 결단 없으면 시간은 한동훈 편
"특검은 당정 공멸" 인식...한동훈 추가 카드는 제한적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회동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나자 친한동훈(친한)계는 "예상했던 일"이라면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정국 상황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고, 다음 달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잇따른 1심 판결에 국면 전환을 시도해 보겠다는 구상이 뒤엉키면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한 대표의 요구를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민심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당과 김 여사 리스크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대통령실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친한계 "당 조언 받아들일 준비 안 돼"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면담 분위기는 이날 회동 직후 친한계 인사들 반응을 통해서 확인됐다. 지도부의 한 친한계 인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얘기를 당에서 꺼낸 지 벌써 한 달도 넘었다"면서 "고민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에게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결국 당에서 하는 조언을 전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회동 직후 한 대표가 직접 브리핑을 하지 않고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 기자회견으로 갈음한 것도 '무언의 불만의 메시지'란 해석이 나왔다. 이날 면담 직전까지 당 내부에서는 "한 대표가 직접 회동 결과를 브리핑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결론이 없으니 한 대표가 언론에 할 말이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소장파 의원들 불만도 감지됐다. 비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메시지가 전혀 없었다면 안 만나느니만 못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초선 의원도 "대통령실이 김 여사 문제를 매듭짓지 않아 매우 아쉽다"고 유감을 표했다.


尹 불통 이미지에 韓 쪽으로 추가 기울 수도

다만 친한계 일부에서는 "좀 더 기다려 보자"는 반응도 있었다. 6선 조경태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이제 용산에서 어떻게 나올지 결과를 좀 지켜본 뒤 당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3선 송석준 의원도 "천천히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한계의 이 같은 반응은 이날 빈손 회동이 결국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만 강화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 대표는 이날 성과를 끌어내진 못했지만,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3대 요구와 나빠지고 있는 민심, 여론상황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 등 지난달 지도부 만찬 때와 달리 할 수 있는 얘기는 대부분 전달했다는 평가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 여사 의혹에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당심을 비롯해 보수층 여론 전체가 한 대표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게 친한계 생각이다. 당 지도부 인사는 "앞으로 한 대표가 좀 더 강하게 나갈 수 있는 명분이 쌓일 것"이라며 "한 대표는 오는 30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전후로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단 野에 선 그으면서... 대통령실 압박 이어갈 듯

여론이 기운다고 해도 한 대표가 추가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는 야당이 추진하는 김 여사·채 상병 특별검사법에 대한 공조다. 실제 한 대표가 이날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을 수용한 것도 "대통령실의 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해 야권과 공조 가능성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특검은 '탄핵→정권 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정이 공멸로 갈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일단 한 대표가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에 선을 그으면서 "특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인적 쇄신 등 대통령실의 근본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식의 압박 전술을 이어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성택 기자
김도형 기자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