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미국에 종전안 제시… “헤즈볼라 직접 감시, 레바논 영공 개방” 조건

입력
2024.10.21 19:00
레바논 주권 침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상충
미국 ‘현실성 없다’… 이스라엘도 물러서지 않아
미 중동 특사, 레바논 방문해 ‘종전안 절충’ 모색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직접 감시하는 조건으로 레바논 공격을 중단하는 종전안을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과 상충돼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도 이스라엘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좀처럼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총리실이 최근 미 백악관에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레바논 남부에서 강제력을 적극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담은 종전안을 전달했다고 복수의 미국·이스라엘 관료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헤즈볼라가 재무장하고 군사 인프라를 재건하지 못하도록 자신들이 직접 감시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에 더해 '레바논 영공에서 이스라엘 공군이 자유롭게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종전안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측근인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담당 장관이 지난 17일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미국 중동 특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이 같은 요구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레바논 역시 자국 주권이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조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판단이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01호에도 반하는 만큼,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을 가능성도 낮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2006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지상전을 끝내는 조건으로 양국 사이에 설정한 일종의 국경인 '블루라인'의 침범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결의안 1701호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결의안은 IDF가 레바논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블루라인에는 레바논 정부군과 1만 명 규모의 유엔평화유지군(UNIFIL)만 주둔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현재 해당 결의안이 유명무실해졌다며 '헤즈볼라를 직접 감시하겠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도 이스라엘이 제안한 종전안에 회의적이다. 나비 베리 레바논 국회의장은 호크스타인 특사의 레바논 방문을 하루 앞둔 이날, 레바논 알아라비아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유엔 결의안 1701호를 수정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베리 의장은 “(호크스타인 특사의 방문은) 미국 대선(11월 5일) 전, 전쟁을 끝낼 해결책을 찾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역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을 끝낼 해법의 일환으로 최소 8,000명의 레바논 정규군을 레바논 남부 국경에 광범위하게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UNIFIL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호크스타인 특사는 21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 베리 국회의장 등을 만나 이스라엘의 요구 조건과 관련한 절충안을 논의하는 등 외교적 해결책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