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은 망해 가는데'... 배민은 쿠팡 탓, 쿠팡은 쏙 빠진 국감장

입력
2024.10.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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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자영업자 지원 대책 발표 7일 뒤 수수료 인상
한목소리로 배달앱 수수료 문제 질타한 여야

"백 있는 쿠팡은 빠져서 억울하다, 배달의민족은 수수료 잘못 없다. 이건가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꼭 그런 뜻은 아닙니다만"(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

"그런 이야기하시는 거잖아요. 쿠팡이 먼저 시장 교란행위를 했고 쿠팡이 수수료 9.8% 받고 쿠팡이 배달기사 몰아준 행위 다 했고 쿠팡이 그런 시장 교란행위를 해가지고 우리는 억울하게 쫓아간 그런 상황에 있는데 왜 우리만 국감에 불러서 야단치냐. 지금 이런 태도 아니에요?"(김 의원)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여야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배민은 과한 중개수수료와 최혜 대우 요구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쿠팡이츠가 먼저 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따라 했다)”라며 책임을 돌렸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2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는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배달료를 지원하겠다고 발표(7월 3일)한 지 일주일 만에 배민이 배달중개수수료를 쿠팡이츠와 같은 수준인 9.8%로 3%포인트 인상했다"며 "이 정부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최혜 대우' 요구 정책으로 점주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혜 대우 요구는 경쟁사와 조건을 동일하게 맞추거나 경쟁사보다 유리하게 지정해야 하는 정책을 뜻한다. 공정위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입점업체에 음식 가격과 할인 혜택 등을 다른 배달앱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라고 강요했다는 점에 대해 신고를 받고 조사 중이다. 함 부사장은 "그 부분도 경쟁사(쿠팡이츠)가 먼저 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따라 한 부분"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배민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됐다. 배민이 플랫폼에 입점한 가맹점주로 하여금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에 배달을 몰아줄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보겠다"고 답했다.

정작 이날 쿠팡이츠는 국정감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여당의 강력한 반대 탓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티메프 대책(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에도 이커머스 정산 기한이 20일로 정해졌는데, 네이버 등 대부분 업체가 1~3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길다"며 "강한승 쿠팡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있어 공정위도 쿠팡 봐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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