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발달장애인 성폭행 사건에 대해 수사 원칙에 위배되는 피해자 면담을 한 뒤 이를 근거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 전남경찰청 국정감사에 제기됐다. 또 지적장애 여성을 마을 주민 13명이 성폭행한 장흥 집단성폭행 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1일 오후 2시부터 전남 무안에서 전남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해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 성폭행 사건 수사는 총체적 위법"이라며 "강압적 분위기에서 수사 원칙을 위반한 피해자와의 면담을 근거로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발달장애인 여성 A씨가 직장 내 성폭행을 당했다며 남성 B씨를 신고한 사건으로 당시 B씨는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성적 내용을 암시하는 문자를 발송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경찰은 수사 원칙 상 의무 사항인 영상 녹화나 신뢰 관계인 동석, 진술 조사를 받지 않은 면담을 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이 면담 결과를 바탕으로 불송치 결정을 했고, 올해 2월 검찰 역시 불기소 처분을 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담당 수사관들이 수사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 교육 처분을 징계했다. 용 의원은 "피해자에 대한 조사는 강압적이고 고압적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발달장애인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라 보기엔 부적절했다"며 "위법적 진술이 강요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전남 장흥군 한 마을에서 주민 13명이 집단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장흥 성폭행 사건도 논란이 일었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13명 가운데 단 한 명만 재판을 받고 있을 뿐 나머지는 무혐의 처분이나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용 의원은 "수사관이 딸기 우유를 받았으니, 성매매에 해당한다는 가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수용했고, 2차 가해를 저지른 경찰들은 아직도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잘못된 수사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선 박대성 살인 사건 보고서 유출, 승진 청탁, 음주운전 등 경찰관들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박대성 사건 보고서 유출은 전남경찰청의 보안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의미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정감사를 닷새 앞두고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불법체류 외국인 피의자 도주 등 올해 잇따라 불거진 경찰관 자체 사건·사고도 논란이 됐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서 정문에서 도주한 피의자가 10시간 만에 붙잡혔다. 그 시간 동안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모상묘 전남경찰청장은 "피해자 인권 보호에 더 살펴보겠다"며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를 분석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