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린 여행박람회에서 일본 정부 기관이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표기한 지도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독도의 날(10월 25일)을 앞둔 시점이라 더욱 비판이 거세다.
21일 여행박람회 '트래블쇼 2024' 주최 측에 따르면, 일본정부관광국(JNTO)은 지난 4~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이 행사에 참가해 독도를 '다케시마 섬'이라고 표기한 지도를 배포했다. 해당 지도는 관광국에서 직접 제작한 한국어 지도로, 뒷면에는 일본정부관광국이라고 표기돼 있다. JNTO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활동을 하는 일본 정부 기관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이러한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리며 "누리꾼들이 제보를 해 줘서 알게 됐고, 한 누리꾼은 행사장에서 받은 지도를 직접 제공해 줬다"고 밝혔다. 이 지도가 '동해'를 '일본해'로 소개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여행박람회에서 일본 측이 관광 홍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이러한 지도를 비치해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영토 도발"이라며 "JNTO가 제작한 이 지도가 전 세계에 퍼지지 않도록 우리 정부도 강력하게 항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서 교수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JNTO가 한국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언어로도 같은 지도를 만들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일본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작한 지도에서 독도가 어떻게 표기돼 있는지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2021년 이후 4년째 열리고 있는 트래블쇼는 국내외 다양한 여행상품과 정보를 제공하는 박람회로, 올해 하반기엔 250개사가 450개 부스 규모로 참가해 열렸다. 일본에선 고베시, 후쿠오카현, 미야자키현, 돗토리현 등 여러 지자체와 철도 운영사, JNTO 등이 참여했다. 해당 지도는 JNTO 홍보 부스에서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선 "다른 나라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에서 말이 안 된다" "독도의 날 기념하면 뭐 하나. 정작 우리 땅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정부는 일본에 항의도 안 하고 왜 가만히 있냐" 등의 비판이 일었다.
트래블쇼 주최 측은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최사 '메가쇼' 관계자는 "참여 부스가 많아 유인물을 사전에 일일이 검수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규정이나 방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