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반짝' 반등했지만... 유산·사산 비율 10년 만 최고치

입력
2024.10.21 19:30
유·사산아 비율은 25.43%
2013년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
출생률 일시적으로 반등했으나
향후 5년간 유의미한 반등은 없어

올해 상반기 유산과 사산으로 태어나지 못한 아이가 4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사산아 비율은 25.43%로 최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상반기 유산아가 3만9,295명, 사산아가 121명인 것으로 집계했다. 같은 기간 출생아는 11만5,559명으로, 태어난 아기의 34.1%에 달하는 3만9,416명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유산은 임신 기간 기준으로 20주가 안 된 상황에서 태아가 사망해 자궁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뜻한다. 사산은 임신 20주 이후에 사망한 아이를 분만하는 것이다. 임신 중지(낙태)는 이 집계에서 제외된다.

임신 자체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유·사산아의 절대 수치는 줄었지만 유·사산아 비율(유·사산아/유·사산아+출생아)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유·사산아 비율은 2013년 20.65%에서 2017년 21.87%로 올랐다. 2020~2022년에는 쭉 24%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2013년 이후 최고치인 25.43%에 달했다.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고령 출산이 많아지는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첫째 아이를 낳은 산모 연령은 지난해 만 33.0세로 2013년 30.7세보다 2.3세 상승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나이다. 고위험 산모로 분류되는 35세 이상 산모 비중은 지난해 36.3%로 10년 전(20.2%)보다 크게 확대됐다.

부족한 출산 여건도 빼놓을 수 없다. 직장에서 임신부가 몸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눈치 보지 않는 근무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 것은 물론 유산 위험이 높은 초기 임산부를 위한 적극적인 배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산율은 최저점을 찍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2명에서 소폭 반등한 0.74명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 이후 9년 연속으로 떨어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인구 자체가 늘어난 데 따른 착시 효과이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연된 출산 의지 회복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향후 5년간 유의미한 상승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보고서는 향후 5년간 합계출산율이 0.74~0.75명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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