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재에도 중국 반도체 굴기, K메모리 따라잡힐라

입력
2024.10.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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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무섭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전통적인 메모리 시장뿐 아니라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차세대 분야에서도 성과가 눈부시다.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4년간 생산능력을 5배나 키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강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 최초 232단 낸드 양산으로 충격을 준 양쯔메모리(YMTC)도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중신국제(SMIC)는 어느새 대만의 UMC까지 제치고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전자가 아닌 빛으로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전송할 수 있는 광반도체(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중국 국영연구소가 개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러한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급성장은 미국의 전방위 제재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 예사롭지 않다. 미국은 2022년 최첨단 반도체 장비와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대중 수출을 제한하고 지난해엔 이를 저사양 칩까지 확대했다. 네덜란드와 일본 등 우방국에도 동참을 요구하며 강도를 더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연구개발과 자체 생산 반도체를 자체 소비하는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특히 광반도체 기술은 극자외선 노광 장비도 필요하지 않아 미 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제재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경쟁력만 키워준 꼴이다.

이는 K반도체에도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메모리 최강자이면서도 AI 시대를 대비하지 못한 탓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데다 파운드리까지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TSMC 주가는 올해 2배로 뛴 반면 삼성전자는 25%나 추락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이었던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앞으로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란 걸 예고한다. 더구나 반도체가 미래 산업과 안보의 핵심으로 부상하며 미국과 일본, 유럽 등도 직접 생산과 자국 내 공급망 구축에 나선 상황이라 향후 경쟁도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를 둘러싼 환경이 이처럼 급변하면서 K반도체는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업과 정부는 물론 정치와 교육 등이 모두 죽비를 맞은 것처럼 정신을 차리고 대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