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로봇의 단점 채우던 사람 손 역할 해내는 더 똑똑한 로봇이 나타났다...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미래 공장은

입력
2024.10.21 19:00
17면
현대차그룹,  '이포레스트 테크 데이' 개최
AI로봇이 비정형 부품 조립 등 신기술 선봬
3D 카메라로 불량 찾고 AI 로봇 부품 끼우고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전환 선언


21일 오전 경기 의왕시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 인공지능(AI)이 담긴 로봇팔이 호스 부품을 들어올려 엔진에 끼워넣는 작업을 시범으로 보였다. 로봇은 카메라로 부품 모양을 파악해 손가락으로 뒤집고 들어올려 적당한 힘으로 엔진에 끼워 넣고 고정하는 작업까지 빈틈없이 해냈다. 고무 호스 처럼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부속을 비정형 부품이라 하는데 그동안 로봇이 자동으로 조립하기 어려웠다. 공장이 로봇으로 자동화돼도 사람 손길은 여전히 필요한데 최신 로봇 기술은 이런 섬세한 작업까지 가능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사람이 상당한 힘으로 호스를 끼우는 반복 작업을 해야 했다"며 "AI 로봇은 호스나 와이어 같은 비정형 부품도 혼자 판단하고 결합해줘 작업자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신기술 전시회 열고 제조 혁신


이날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을 만드는 기술을 미래형으로 혁신하는 전시회 '이포레스트 테크 데이'(E-FOREST TECH DAY)를 열었다. 올해가 5회인데 특히 현대차·기아는 기존 하드웨어(HW) 중심인 제조 공장을 '소프트웨어(SW) 중심 공장'(SDF)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SDF는 휴대폰이 업데이트돼 새로운 사용 환경을 제공하는 것처럼 제조 공장의 SW도 꾸준히 업데이트돼 고도화하겠다는 뜻이라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이 경우 공장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 자동차 생산 속도 상승, 투자 비용 절감, 품질 향상 등도 앞당길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 SDF를 비롯해 AAM, 로보틱스, 스타트업 등 4개의 테마관에서 200개 넘는 새 기술을 꺼내 보였다. 여기에는 현대차·기아는 물론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현대글로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6개 그룹사가 참여했다.

이날 선보인 로봇들은 프레스 기계로 찍어낸 부품의 완성도를 3차원(3D) 카메라로 찍어 확인하고 미세하게 금(크랙)이 간 곳도 찾아내 알려줬다. 차량 표면에 불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로봇은 섬세한 팔로 사상작업1까지 금세 깔끔하게 해냈다. 이런 자동화 설루션은 미국 도어 라인 공정 등에 적용된다고 그룹 관계자는 설명했다.



자동차 넘어 미래항공모빌리티 제조 신기술까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동체·날개 자동 정렬 시스템 기술도 놀라웠다. UAM은 기존 차량 대비 10~100배 이상의 조립 정밀도가 필요하다. UAM 기체를 개발 중인 현대차그룹은 초정밀 기술도 개발해 뒀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무거운 UAM의 동체와 날개를 1㎛(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자동 정렬하며 몇 시간 만에 결합할 수 있는데 해외 유명 항공기 제작사에서도 3~5일 걸리는 작업이라고 그룹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전 방향 이동이 가능한 물류로봇(AMR), 다양한 형태의 도어·후드· 휠 등을 고정하는 무한 다축 홀딩 픽스처, 사족 보행 로봇 스팟(SPOT) 등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재민 현대차그룹 이포레스트센터장(상무)은 "SDF 전환 이후 생산 비용이 3분의 1 이상 절감될 것"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은 2025년 하반기 완공되는 울산 전기차 신공장에 최대한 적용하려 하며 다른 신공장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1 사상작업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것
의왕= 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