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수험생들 논술시험 무효 가처분... 3년 전 '수능오류' 승소 변호사가 맡는다

입력
2024.10.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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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20여 명, 21일 소장 제출 예정
"문제 유출자 제보 등 증거·증언 취합"
응시자 전원 불이익 여부 관건 될 듯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전형의 문제 유출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수험생들이 시험 무효 소송을 제기한다. 2021년 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오류 소송 무료변론을 맡아 정답 취소 판결을 이끌어냈던 변호사가 다시 한번 수험생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다.

증거 모은 수험생들, 집단 소송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연세대 자연계 논술에 응시한 수험생과 학부모 20여 명은 이날 서울서부지법에 논술시험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집단 소송과 논술 전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함께 낸다. 전반적으로 시험 관리가 허술한 탓에 공정성이 훼손돼 학생들이 유·무형의 피해를 봤다는 게 소송의 주요 취지다.

앞서 12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치러진 자연계열 논술 시험에서는 한 감독관의 착오로 실제 시험 시작보다 약 1시간 빠른 낮 12시 55분에 문제지가 미리 배부되고 뒤늦게 회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험 문항 중 오기가 있다는 사실이 시험 종료 30분 전 공지되기도 했다. 다만, 학교 측은 "입시 공정성을 침해한 객관적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재시험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시험지가 미리 배부된 고사장에 있던 한 수험생이 3개 문항을 휴대폰으로 찍어 시험 시작 약 30분 전 다른 고사장에 있던 친구에게 전달했다는 당사자 진술이 집단 소송 준비 도중 접수됐다. 이번 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20대 수험생 A씨는 한국일보에 "문제를 유출한 학생의 제보를 포함, 시험 오기 문제 오류와 정정 과정 등 전반적인 시험 부실 관리에 대한 증언들을 수집해 법원에 제출할 것"이라며 "고사실 좌석 높낮이의 차이로 인해 앞 줄 답안지 내용이 전부 보였다거나 (띄어 앉지 않고) 연석으로 앉아 시험을 쳤다는 제보들이 다수 들어왔다"고 밝혔다.

2022년도 수능처럼 가처분 인정될까

이번 소송 대리인은 법무법인 일원 소속 김정선 변호사다.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의 정답 취소 판결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이때 1주일 안에 가처분 결과가, 2주일 내 본안 소송 판결이 나왔다. 당시 수능 성적표 배부를 하루 앞두고 가처분 결과가 나와 생명과학Ⅱ 응시생 6,515명에게 해당 과목 점수가 공란으로 처리된 성적표가 발급되기도 했다.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본안 소송에서도 법원은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줘 생명과학Ⅱ 응시생 전원에게 해당 문항이 정답 처리됐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제에 객관적 하자가 있으나 정답을 구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문항의 오류가 수험생들로 하여금 정답 선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적어도 심각한 장애를 줬고, 수학 능력을 측정할 수 없어 평가지표로서의 유효성을 상실한다"며 물리쳤다.

다만 법조계에선 3년 전 수능 문제 오류로 해당 과목 응시자 전원에게 불이익이 간 상황과 이번은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고사장별로 상황이 다르며 (수능 소송처럼) 문제 한 건이 아니라 과정 전반을 들여다봐야 해 훨씬 복잡하다"며 "각각의 고사장에서 나온 제보가 응시자 전원에 대한 불이익으로 인식될 가능성은 법익상 낮아보인다"고 내다봤다. 학교 측이 △시험 종료 전 오류를 정정하고 추가 시간을 준 것을 충분한 대안으로 볼 것인지 △문제 유출로 효용을 본 수험생이 실존하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소송과 별개로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문제지를 촬영해 온라인에 올린 수험생 6명 등을 연세대가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