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배관망 구축이 수소경제 시작... 생산단가 인하·전문 인력 양성 필요"

입력
2024.10.21 20:00
12면
[전문가 강연 및 종합토론]
2030년까지 연 7000만톤 청정 수소 공급 필요
국내외 수소 공급망 구축, 수소시장 활성화 핵심
포스코, "2050년 수소환원제철 기술 구축 목표"
에너지 안보, 전문 인력 확충 등 협력 체계 구축

편집자주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21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포항공과대) 국제관에서 '수소에너지와 경북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4 미지답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유망한 수소경제 시장 환경 조성과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래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에너지 현실을 개선하고, 에너지 안보도 구축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기조강연에서 "세계 각국이 수소 의무 사용 등 청정수소 중심 시장을 구축하려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며 "향후 전통적 의미의 에너지와 유사한 수준의 수소 시장이 형성되고 글로벌 교역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면 경제성 개선이 핵심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청정수소 1㎏ 생산단가는 10달러로, 그레이수소(부생수소)에 비해 3, 4배 높다. 그는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을 위해선 2030년까지 연간 7,000만 톤의 청정 수소 공급이 필요하다"며 "수소의 높은 생산단가와 각기 다른 인증 기준은 시장 성장에 장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980년대 우리나라는 천연가스를 획기적으로 도입했지만 석탄에 비해 비싼 고급 연료였다"며 "이제 천연가스를 대체할 연료로 떠오르는 수소 가격이 안정화된다면 확대·보급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안보 및 기후위기 대응 차원의 노력, 그리고 인력 양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석탄 대신 수소로 철강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착수한 포스코는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확보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 사업을 주도하는 배진찬 포스코 상무는 "국내 철강 분야 배출 탄소의 약 10%가 포스코에서 발생한다"며 "수소환원제철은 대량의 수소가 필요해 단계적으로 설비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안보정책연구실장은 "수입에 의존하는 화석연료 대신 수소는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소와 탈탄소에 핵심인 재생에너지에 맞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상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지방대의 연구 역량은 수도권 대학의 약 65% 수준일 만큼 중대형 과제 독자 추진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원자력 수소 사업의 최적지인 울진에 맞춤형 '인력 양성'을 주문했다. 그는 "지방과 수도권 대학교, 앵커 기업 등이 유기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특별법 등을 통해 수소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울진에 국가 수소산업단지가 조성되면 고임금 일자리 창출, 인구유입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미래 원전수소 생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제언이 쏟아졌다. 손병수 포스코홀딩스 탄소중립팀 상무는 "2050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수소 수요량은 2,800만 톤인데, 이중 700만 톤이 포스코 자체 수요로 예측될 만큼, 수소는 조직의 명운이 달린 필수 불가결한 연료"라며 "울진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 고속도로 공급망으로 포항제철소까지 조달하는 사업 모델을 검증하는 것이 포스코의 목표"라고 말했다.

조항진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연구진은 기술자와 정책 입안자 사이에서 핵심을 전달하는 역할도 중요하다"며 "새 기술이 지역에서 안전하게 쓰일 수 있다는 걸 알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센터장은 "향후 울진에 센터 건립도 예정돼 있어, 기업 지원 등 배후 기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기석 삼성물산 상무는 "파이프라인으로 수소를 울진에서 포스코까지 보내고, 대규모 수요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전 세계적 성공 사례로 주목 받을 수 있다"며 "수소 정책은 얼마 만큼의 지원이 수반되느냐가 핵심"이라며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태현 효성중공업 상무도 "울진에서 부산까지 수소 배관망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 국내 수소 경제의 시작"이라며 "동해안 수소 벨트를 적극 육성한다면 좋은 성장 동력 산업의 사례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항=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