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출신 방송인이 시장이 되다

입력
2024.10.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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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댄 카터- 1

2018년 10월 22일 캐나다 지방선거에서 만 58세 노숙자 출신 정치인 댄 카터(Dan Carter, 1960~)가 온타리오주 오샤와(Oshawa) 시장이 됐다. 유권자들이 69.35%의 압도적 지지율로 그를 새 시장으로 선택한 것은, 15년여 동안 약물중독 노숙자로 살다가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삶을 구원했듯이 시장으로서 실업과 약물 사태로 기진해가는 도시 경제와 시민의 삶을 되살려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걸음마를 배우던 무렵 입양돼 양부모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글을 읽지 못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8세 무렵 성폭행까지 당하면서 더욱 위축됐다. 친동생처럼 그를 보살펴주던 형이 오토바이 사고로 숨지면서 그는 10대 초반부터 술을 입에 댔고 15세 무렵엔 아예 집을 나가 토론토 길바닥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91년 어느 날, 그는 노숙자 쉼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 죽겠구나’ 하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고 한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며 그가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던 입양 가정의 누이 모린(Maureen)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린은 그를 집으로 오게 한 뒤 몸을 쥐어박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제발 정신 차려. 차라리 죽어 버리든가.”

만 31세의 그는 그 길로 중독자 회복센터에 입소했고, 동료들 앞에서 난생처음 수치심을 무릅쓰고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난독증 진단을 받았다.

약 1년 뒤 시설을 나온 그는 누이 사무실 사환으로 일을 배우며 방송국에 다니던 이웃의 주선으로 지역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자원봉사 일을 시작했다. 헌칠한 키에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그는 말솜씨도 좋아 이내 방송사 관계자의 눈에 띄었고, 점차 책임 있는 역할을 맡다가 한 채널의 쇼 진행자로 승진했다. “학교도 못 다닌 사람이 출연료(편당 75~100달러)를 받으면서 양복에 미용 서비스까지 공짜로 받는” 생활을 하게 된 거였다.(계속)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