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련 외신 보도를 모니터링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김건희 여사를 ‘사기꾼’으로 지칭한 외신 보도를 ‘오보’로 분류하고 수정 요청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관계 오류에만 수정 요청을 해오던 기존의 관행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가 2022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외신 기사 오보에 대응한 내역은 총 15건이다. 정정 사례 대부분은 관계자의 이름, 직함 등이 잘못 표기된 사실 관계 지적이다. 이를테면 한덕수 국무총리 사의 표명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식으로 잘못 표현한 것을 바로잡은 식이다. 문체부는 한국 관련 외신 기사 모니터링 중 오보를 발견한 경우 관계 기관에 대응을 요청한다. 대응은 해당국 주재 대사관이 한다.
그러나 지난 9월 체코 유력 일간지 ‘블레스크’가 김 여사를 '사기꾼(podvodnice)'에 빗대 쓴 기사에 대한 정정 요청은 사뭇 달랐다. 당시 '블레스크'는 윤 대통령 체코 순방 마지막 날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을 보도하며 "한국 국가 원수가 사기꾼을 곁에 두고 있나?"라고 썼다. 문체부는 이를 오보로 분류해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레스크’는 체코 전역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로 발행 부수 기준 2위, 열독률 1위의 대중지다. 당시 정정 요구를 보냈던 주체코 한국대사관은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칠 자극적 표현이나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수정 요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블레스크’ 측은 “한국 정부가 기사 전체 삭제를 요구해 왔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에바 심코바 ‘블레스크’ 부편집장은 지난달 26일 오마이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들은 기사 삭제를 요구했으나, 우리는 (이 요구를) 거절했다”며 “대신 기사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블레스크’는 기사 삭제 요청을 거절하고 제목과 본문에서 김 여사를 ‘사기꾼’이라고 지칭한 표현만 부분적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당시 전화를 통해 주체코 대사관 측에 정정 요청을 보내라고 요구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요구한 내용이 기사 삭제였는지, 부분 수정이었는지에 대해선 “기록으로 남아있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평소 사실 관계 수정만 요구해왔던 문체부가 표현을 두고 기사 삭제까지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온 정부 부처가 김 여사의 개인 로펌 구실을 자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간 노골적인 비판 표현을 쓴 외신 보도는 적지 않았다. 2022년 9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치른 윤 대통령을 “아마추어”라고 지칭하며 “기본부터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수정 요청에 나선 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