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2.0%로 추정되면서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한국보다 16배 큰 미국에 역전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5년간 잠재성장률이 0.4%포인트 감소한 반면, 미국은 0.2%포인트 증가한 탓이다.
20일 기획재정부가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올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로 나타났다. 2020∼2021년 2.4%였지만, 2022년 2.3%로 하락하더니 지난해 2.0%로 급락해 올해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보유한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 국가의 경제 기초체력을 보여 주고 싶을 때 주로 쓴다.
한국보다 몸집이 큰 미국은 오히려 반등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020~2021년 1.9%에서 2022년 2.0%로 상승한 뒤 지난해 2.1%까지 올라서며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올해도 2.1%로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한국(2.0%)을 앞선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경제 효율성은 떨어져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5,990달러인 우리나라가 소득 수준이 더 높은 미국(1인당 GNI 7만6,370달러)보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는 건 이례적이다.
이는 인구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잠재성장률의 핵심인 노동력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저출생·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있지만, 미국은 이민 등으로 외국인 유입이 활발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2년 71.1%(3,674만 명)에서 2072년 45.8%(1,658만 명)로 급감할 전망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앞으로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 미국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억304만 명인 미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외국인 이주자 등의 유입으로 2050년까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개편은 더디지만, 미국은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한국이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저출생 문제 극복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중기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실질 GDP 증가율이 올해 2.4%에서 내년과 후년 2.2%, 2027년 2.1%, 2028년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생 문제가 우리나라의 노동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원인인 만큼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기술 혁신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면 연구개발을 이끌어 내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제도 개혁을 통해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