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 시대가 막을 내렸다. 2014년 첫 문민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10년 만이다. 경제 성장을 이끌며 인도네시아를 중상위 소득 국가로 도약시킨 성과가 있지만 아들을 앞세워 무리하게 ‘정치 왕조’를 구축하려 하면서 민주주의에 오점을 남겼다는 비판 목소리도 높다.
2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의회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신임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다. 그는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이어진 ‘조코위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올해 63세인 조코위는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와 개혁의 아이콘이었다. 가구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뒤 수라카르타 시장(2005년), 자카르타 주지사(2012년)를 거쳤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닮은 외모와 친서민 행보로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로 불리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2014년 대선에서 기득권층 지원 없이 53.15%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군 경력 없는 첫 민간인 대통령이자, 직선제를 통한 첫 정권 교체였다. 조코위는 2019년 대선 때도 55.5%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가장 큰 성과는 경제 발전이다. 재임 기간 열악한 사회 인프라(기반 시설)를 확충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등 친시장 정책, 이른바 ‘조코노믹스’로 세계은행 기준 중하위 소득 국가이던 인도네시아를 중상위 소득 국가로 키웠다.
2014년 9,000억 달러에 못 미치던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말 약 1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인 2020년을 제외하곤 매년 연평균 5%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조코위는 임기 후반 정치 권력 연장을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인기가 급락했다. 이번 대선에서 과거 자신의 정적이자, 민주화 운동가를 무참히 탄압하며 인권 유린에 앞장섰던 프라보워(72)를 사실상 지지하며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또 헌법재판소를 움직여 대선 출마 연령 규정(40세 이상)까지 바꿔가며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7)의 부통령 출마 길을 열어줬다.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가 된 기브란은 이날 부통령에 취임했다. 헌법상 3선이 불가능한 그가 무리하게 법까지 바꿔가면서 사실상 ‘정치 왕조’ 구축에 나선 셈이다. 퇴임 후에도 아들을 통해 ‘상왕’ 노릇을 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월에도 차남을 주지사에 앉히기 위해 선거법상 연령 제한 규정을 바꾸려다 시민들의 거센 시위에 직면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아이콘이 비민주적 유산을 남겼다"(로이터통신)는 비판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