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자회사인 인도법인이 22일(현지시간) 한국 자본 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현지 증권시장에 상장되며 4조 원 이상 자금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국내 상장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해외 법인이 현지에 직상장한 사례는 없었다. 현대차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마련한 금액을 모두 인도 생산 시설 등에 투자해 현지 1위 자동차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일 현대차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인도법인은 22일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BSE)에 상장해 주식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본사가 가진 인도법인 지분 17.5%(1억4,219만4,700주)를 인도 주식 시장에 공개 매각하는 방식으로 IPO를 진행 중이다.
앞서 15~17일 진행된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 주식 배정 일반 청약에는 당초 모집 수량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요가 몰리며 초대박 흥행을 예고했다. 청약에는 공모 주식 수의 2.39배에 달하는 예약이 이뤄졌고 총 55억1,000만 달러(약 7조5,600억 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 인도법인 최종 공모가는 희망 가격 최상단인 1,960루피(약 3만1,500원)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이자 글로벌 두 번째 규모인 33억 달러(약 4조5,200억 원)를 주식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인도 증시 최대 규모 IPO는 25억 달러를 조달했던 인도 생명보험공사(LIC)였다. 로이터는 "전 세계적으로는 올해 7월 진행된 리니지의 51억 달러 규모 IPO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을 현지 공장 생산 능력 확대와 전기차 시장 개척 등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4억 세계 최대 인구 대국에 올라 선 인도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413만 대)을 형성하고 있다. 1996년 인도 시장에 처음 나선 현대차는 인도·일본 합작사인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약 60만 대 판매)를 달리고 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를 합한 시장 점유율은 20%대로 마루티 스즈키(40%)의 절반에 그친다.
이에 현대차는 2025년부터 인도에서 연간 10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첸나이 1·2공장에 2022년 미국 제네럴모터스(GM)로부터 사들인 푸네 공장(탈레가온 공장)을 내년부터 본격 가동하면 100만 대를 만들 수 있다. 기아도 현재 34만 대인 인도 생산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현대차는 또 게임 체인저가 될 전기차 시장 선점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년 1월 인도에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 EV'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크레타 EV는 현대차가 2015년 인도 시장 맞춤형으로 선보인 SUV 크레타의 전기차 모델이다. 인도 첸나이 공장이 1998년 생산 시작 이후 첫 전기차이기도 하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만드는 첫 전기차를 SUV로 결정한 이유는 국내처럼 인도에서도 SUV 인기가 높아서다. 지난해 인도 시장 SUV 판매 대수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60만2,111대)의 절반이 넘는 36만854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9월까지 45만9,411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이 중 SUV가 67%(30만8,462대)를 넘었다. 이에 현대차는 9월 3열 SUV '알카자르' 부분 변경 모델도 내놓았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5개 전기차 모델을 인도 시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현대차는 2030년까지 인도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로 확대한다.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 엑사이드 에너지와 손잡고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를 적용해 생산 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양해진 SUV 라인업이 인도 시장 판매 호조로 이어졌다"며 "인도 자동차 시장 판매 톱 티어의 입지를 굳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