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스며든 가을 햇살을 맘껏 즐기고 싶어요!”
충북 영동군 심천면 9남매 가정의 넷째인 이예슬(15·중3)양은 요즘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2001년생 맏이부터 2020년생 막둥이까지 다둥이(5남 4녀)에다 부모까지 11명이 방 2칸인 49㎡(14.8평) 크기 흙벽돌집에서 생활해왔으나 이달 말쯤 새집으로 이사하기 때문이다. 입주할 새 집은 거실에 욕실, 공부방까지 딸린 어엿한 단독 주택이다. 이 양은 “다리를 뻗고 잠자기 힘들 정도로 불편이 컸는데, 새집엔 공부방도 생겨 너무 좋다”며 “열심히 공부해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방송(KBS ‘동행’)을 통해 ‘영동 9남매 가족’으로 소개됐던 이양 식구들이 이사할 새 보금자리는 충북도의 저출산 위기 극복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지난 1월 영동군 민생현장 방문 때 이들의 사연을 접한 김영환 충북지사가 “다자녀 가정의 행복이 출산 정책의 핵심”이라며 지원을 약속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아버지 이인수(53)씨가 20여 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친 이후 기초생활 생계 급여로 어렵게 살림을 꾸리는 딱한 사정을 그냥 볼 수 없었다.
새집 마련에는 각계각층이 힘을 보탰다. 충북개발공사가 사업을 총괄하고, 설계는 신성종합건축사무소의 재능 기부로 해결했다. 3억 원에 달하는 건축비는 원건설, 선엔지니어링, 다산조명, 충북신협 두손모아봉사단 등 30여 개 기업·단체가 십시일반 마련했다. 이양 가족이 사는 마을회는 새 집터 구하는 일을 도왔다.
5개월여 만에 완공한 새집은 다둥이 식구들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신축됐다. 부지 833㎡(252평)에 건축 면적은 160㎡(48.3평)로, 예전 집보다 3.3배나 커졌다. 안온한 분위기의 집 안에는 거실과 주방, 침실 4개에 공부방까지 갖췄다. 화장실은 3개이고, 아이들은 2층 침대에서 생활한다.
아버지 이씨는 “이제 남자방, 여자방으로 나눠서 자고 아침마다 화장실 쟁탈전을 벌일 필요가 없어졌다”며 “편안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밝은 미래를 그려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는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저도 어서 건강을 회복해 아이들을 훌륭한 어른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충북도는 지난 19일 영동군 심천면 현장에서 9남매가 살게 될 새집 완공식을 가졌다. 이 자리엔 김 지사, 정영철 영동군수, 진상화 충북개발공사 사장과 마을 주민 등 50여 명이 참석해 새집 입주를 미리 축하했다. 9남매 가족은 준공 검사와 가구 배치를 거쳐 이달 말쯤 이사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완공식에서 “오늘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 만들어져 아이들의 환한 웃음과 행복을 느꼈다”며 “이 집을 저출산 위기 극복의 모범 사례로 삼아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