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 이을 국악인… 장희지, 미스코리아 도전기 [인터뷰]

입력
2024.10.24 21:27
가야금 병창 연주가 장희지, 제68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도전한 이유
미스 서울경기인천 '미' 수상→본선 진출 영예
"미스코리아 출전, 평생 갖고 갈 자부심 됐죠."

배우 이하늬를 이을 새로운 국악인 스타가 탄생했다. 가야금 병창 연주가이자 미스 서울경기인천 '미' 당선자인 장희지(26·이화여대 일반대학원 한국음악과 박사과정 재학)는 모두가 주목하는 차세대 국악인 스타다.

장희지는 지난 7월 경기 광명시 IVEX에서 글로벌이앤비(글로벌 E&B)가 주최하고 하진컴퍼니가 주관하는 '제68회 미스서울경기인천 선발대회'에서 '미(美)'를 수상했다. 이후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에서 자신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발산해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진(眞)은 김채원(22·서울경기인천 진·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 선(善)은 박희선(21·서울경기인천 선·미국 카네기 멜런대 정보시스템학과), 미(美)는 윤하영(22·대전세종충청 진·이화여대 무용과)이 차지했다.

1년 이상을 준비했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마친 소회는 어떨까. 이에 장희지는 "그동안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위해 달려왔다 보니까 시원섭섭하다. 진짜 후회 없이 달려왔다. 그 시간들이 제겐 정말 꿈처럼 느껴진다"라면서 돌아봤다. 현재 박사 재학 중인 장희지는 공연과 연주, 학교 강의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준비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던 나날들을 떠올렸다. 당시를 두고 "하루를 마치 48시간처럼 썼다"라고 회상하는 장희지에게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대회를 무사히 마친 장희지는 또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바로 음원 발매다. 장희지는 국악을 대중에게 연결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첫 미니앨범 '풀무질 타령'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대중에게 가야금 병창을 보다 다채롭고 재밌게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극악을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으로 나눠서 발매한다. 글로벌 시장 속 국악이 갖고 있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친숙하게 접근하겠다는 전략이다. 장희지는 음악 녹음부터 영상 촬영까지 국악에 대한 진심 하나로 임했단다. 장희지의 '풀무질 타령'은 오는 11월 1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시절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소녀 장희지는 언니의 가야금 연주를 보고 자신도 국악인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부터 지금까지 국악의 길을 걸으며 여전히 국악에 대한 사랑은 지속되는 중이다. 가족들, 또 스승님과 국악을 공부하는 식구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장희지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장희지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출전 결심을 하기까진 쉽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 장희지는 "제가 공연도 하다 보니까 대중 앞에서 서는 영향력에 대해 체감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까 대충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사 과정과 가야금 병창 이수자가 되고 나니 스스로 완성됐다고 느꼈고 출전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을 뽑는 거니까 어중간한 상황에서 나가기 싫었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의 저는 제 음악에 자신이 있거든요. 국악을 대표한다고 생각하고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대회에 도전하고 나니 더 국악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질문과 활동 방향을 이야기할 때 저는 너무 자신이 있었어요. '한강수 타령'을 한강 배경으로 부르는 영상도 제작해 보고 싶더라고요. 사라지고 있는 우리나라 민요들을 제가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로 장희지가 얻은 것은 자신감이다. 아쉽게도 수상까지 일궈내지 못했지만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경험을 쌓았고 패기와 야망을 갖게 됐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저는 짜릿함, 또 희열을 느낄 정도로 너무 재밌었다. 합숙도 그렇고. 더 많은 활동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앞으로 국악을 더 알릴 수 있는 국악 방송 DJ나 방송 활동을 하고 싶다"라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악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을 터다. 자신의 강점이 '한 우물만 파는 책임감'이라고 강조한 장희지는 "사실 사람들이 국악을 많이 알아주지 않는다. 국악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저는 국악을 하면서 스스로를 더 특별하다고 느낀다. 평생 교과서에 길이길이 남을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목표를 밝혔다. 장희지에게 국악의 매력을 묻자 진심 어린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판소리는 우리 삶의 이야기이다. 내가 감정을 쏟아내며 노래를 하고, 또 듣는 사람들이 현장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재밌다. 저와 고수, 그리고 청중들까지 현장의 세 박자가 맞아떨어질 때의 그 희열감으로 계속 국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희지는 앞으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밝은 미래를 그렸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참가했기 때문에 얻은 경험치다. 특히 국악계에서도 장희지의 미스코리아 출전에 대한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국악 쪽에서는 사실 미스코리아 출신이 이하늬씨 외에는 알려진 분들이 많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학교에서도 미스코리아 출전을 너무 좋게 봐주고 있어요. 예전에는 국악을 그만두려고 하는 거냐는 시선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응원해주고 계십니다. 저 역시 미스코리아 출전 경험을 토대로 전국 국악 경연 대회 진행 기회도 받게 됐어요. 미스코리아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중입니다. 미스코리아라는 다섯 글자는 제게 평생 가지고 갈 자부심이 됐어요."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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