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 가을은 전어 살이 두툼해지고 기름이 올라 가장 맛있는 계절이다. 하지만 최근 대형마트들이 가을 전어를 판매하지 않거나 판매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전어 어획량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올해 가을 전어회를 판매하고 있지 않다. 롯데마트 전산 시스템에서 판매 여부가 확인되는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롯데마트 측은 "일부 점포에서 구이용 전어(선어)만 극소량 판매했다"고 했다. 이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어회, 전어 세꼬시 등의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2023년과 비교해 물량을 절반가량 줄였다. 본래 전어회는 취급하지 않고 구이용 전어만 판매해 온 홈플러스 또한 전어 물량을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축했다.
이는 올여름 역대급 폭염으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전어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전어의 산란기는 3~6월. 이때 많은 영양분을 소진한 전어는 이후 여름철에 충분한 먹이를 섭취하며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특히 9, 10월이 되면 지방층이 가장 두꺼워지면서 고소한 맛을 낸다. 그런데 최근 해수면 온도가 27, 28도로 평년보다 2, 3도 오르면서 전어가 직격탄을 받았다고 한다. 전어는 28도 이상 고수온에 취약하다. 실제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어 어획량은 3,380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70t)보다 47.8% 감소했다.
전어와 함께 가을 제철 수산물로 꼽히는 꽃게 또한 고수온 영향을 받았다. 수협중앙회의 수협 회원조합 통계에 따르면 9월 꽃게 위판량은 2,707t으로 1년 전보다 47.5% 줄었다. 꽃게가 잡히는 서해 연안의 수온이 이례적으로 높아져 어장이 넓게 분산되며 조업 효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꽃게 금어기(6월 21일~8월 20일)가 끝난 직후 일제히 꽃게 할인 경쟁을 펼쳤던 대형마트 3사는 9월 꽃게 시즌을 조기 종료했다. 보통 대형마트는 10월 초중순까지는 꽃게를 판매한다.
새우는 거꾸로 폭염 덕분에 물량이 늘었다. 가을새우는 3, 4월에 종자를 입식해 9~11월에 수확하는 흰다리새우 양식종인데 아열대 지역에서 양식이 잘된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올해 새우 물량이 많아 11월 초까지는 단가가 낮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마트는 31일까지 국산 생새우를 100g당 2,480원에 할인 판매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일반 새우보다 왕새우 비중을 높였다. 왕새우 가격은 100g당 2,990원으로 지난해(3,010원)보다 0.7%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