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또 선거 테러... 자민당 본부 화염병, 총리 관저 차량 돌진에 '자성' 목소리

입력
2024.10.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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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에 화염병, 차 몰고 총리관저 돌진
총선 출마 고민 용의자, 경찰 조사서 침묵
"과한 비난 자제를, 모방 범죄 나올 수도"

일본 정치가 총선(27일)을 앞두고 또다시 '선거 테러'에 노출됐다. 최근까지 계속됐던 유력 정치인 대상 테러에 이어 일본 정계의 심장부인 총리관저와 집권 자민당 본부도 표적이 됐다. 정치권은 일제히 "선거 기간 벌어진 테러에 분노한다"고 규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폭력을 정치적 의사 표시 수단으로 이용하는 모방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며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일본 NHK방송,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쿄 총리관저와 자민당 본부를 파손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A씨(49)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A씨는 전날 오전 5시 45분쯤 도쿄 중심가 자민당 본부에 화염병으로 추정되는 물체 5개를 던졌다. 용의자는 이어 흰색 자동차를 운전해 당 본부에서 약 600m 떨어진 총리관저로 돌진하려고 했지만 침입 방지용 철제 울타리에 막혀 미수에 그쳤다. 이후 현장에서 체포됐다.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A씨는 이번 총선 출마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A씨 아버지의 말을 인용해 "A씨가 입후보 신청서를 작성했지만 선거 기탁금을 마련하지 못해 출마를 포기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탁금 제도 폐지를 호소하는 글도 올렸다"고 전했다.

각 당대표는 총선 기간 벌어진 테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민주주의가 폭력에 굴복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외쳤고,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엑스(X)에 "비열한 테러 행위로 용서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일본 경찰청은 즉시 경계 강화에 나섰다. 전국 경찰에 주요 기관·시설 차량 돌진 방지책 마련 및 순찰 강화를 지시했다. 자민당 지역본부 점검도 요청했다. NHK는 "경찰청은 선거 유세 현장에 무인기(드론)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전파 방해 장치 사용 등 추가 경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2022년부터 자민당을 겨냥한 테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하던 중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당해 숨졌다. 지난해 4월 15일에는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 중의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던 당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향해 폭발물이 날아드는 사건도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모방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저널리스트 에가와 쇼코는 마이니치신문에 "정치인과 언론이 과하게 반응하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알리고 싶은 사람이 폭력 행위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잘못 받아들일 수 있다"며 "사법 절차를 냉정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