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러시아 파병, 사실이면 위험한 전개”… 미국·서방 커지는 우려

입력
2024.10.20 14:45
미 국방장관 “아직 확인할 수는 없다”
유럽도 곤혹… 소모전 더 길어질 수도

한국 정부가 파악한 북한의 러시아 파병 가능성에 미국 등 서방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길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오래, 깊숙이 발을 담가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군을 보냈다는 한국 정부 발표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아직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런 움직임이 사실이라면 우려된다”고 답했다. 미국 백악관도 전날 숀 세이벳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해당 보도가) 사실인 경우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험한 전개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러시아와 최근 합의했으며, 그중 1,500명이 이미 열흘 전부터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적응 훈련 중이라는 내용의 정보를 공개했다.

서방이 짐짓 부각하는 것은 러시아의 곤경이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겪고 있는 (러시아) 인명 피해가 불어나며 갈수록 커지는 러시아의 절박함이 그런 동향(북한 파병)으로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18일 독일 베를린 방문 중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러시아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쟁이 러시아 예산의 40%를 잡아먹는 와중에 러시아의 지난달 일일 사상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곤혹스러운 것은 서방도 마찬가지다. 일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 파병론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북한이 1만 명 파병을 준비 중이라는 정보가 있다며 “(3차)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추”라고까지 경고한 상황이다. 영국 포츠머스대 전쟁학 부교수인 프랭크 레드위지는 18일 영국 매체 i뉴스에 “전쟁에서 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의 증강은 어떻게든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2년이 훌쩍 넘은 소모전이 양측의 자원 투입으로 더 길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우크라이나전이 계기가 된 북한·중국·러시아·이란 등 반미(反美) 권위주의 4개국 간 협력 강화도 큰 압박이다. 미국외교협회(CFR) 펠로십 담당 이사인 제임스 린지는 18일 CFR에 올린 글에서 “이들 국가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가자지구, 예멘, 아프리카, 한반도 등에서 적은 비용으로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역량을 무너뜨릴 수 있는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