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라파엘 나달이 숙명의 라이벌 노박 조코비치와 마지막 맞대결을 펼쳤다. 비록 조코비치에 패했지만, 나달은 되려 조코비치에 감사를 전하며 "조코비치가 없었다는 지금의 나는 있을 수 없었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나달은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식스 킹스 슬램 대회 마지막 날 열린 3-4위전에서 조코비치에 세트스코어 0-2(2-6 5-7)로 패했다.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은퇴 소식을 알린 나달은 내달 19~24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테니스 국가대항전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스를 끝으로 코트를 떠난다. 때문에 조코비치와의 맞대결은 이날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조코비치의 조국 세르비아는 올해 초 슬로바키아에 패하며 파이널스 진출이 좌절됐다.
나달과 조코비치는 테니스계 '리빙 레전드'로 불리며 오랜 기간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다. 이날 경기 포함 통산 61차례 맞대결을 펼쳤는데, 나달이 그 중 29경기에서 이겼을 정도로 실력차도 팽팽했다.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도 나달이 22회, 조코비치가 24회로 비슷하다. 이에 나달은 경기 전부터 "조코비치를 앞에 둔다는 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라며 "최고 수준의 쇼와 즐거움을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를 드높였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에도 나달은 조코비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조코비치와 함께 경쟁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며 "이런 라이벌 관계는 내가 15년 간 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코비치도 "나달은 선수로서나 인간으로서나 엄청난 존재"라며 "나뿐만 아니라 모든 테니스 세계가 나달에게 고마워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 "언젠가 나달과 나란히 앉아 인생을 돌아보며 얘기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며 "테니스를 떠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은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가 차지했다.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신네르에 패해 2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