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여수·순천 10·19사건 추념식에 참석해 “유가족 분들의 가장 큰 염원인 희생자 심사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유가족 분들의 아픔과 원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현직 총리가 여수·순천 기념식에 참석한 건 처음이다.
한 총리는 이날 전남 보성 한국차문화공원에서 열린 여수·순천 10·19사건 제76주기 합동추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는 2022년부터 시행된 여순사건법(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진상규명과 희생자 조사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지난해까지 희생자 신고와 접수를 받아 본격적으로 희생자와 유족 결정에 들어갔고, 지난해 7월 개정된 여순사건법에 따라 올해 2월부터는 추가 신고나 재조사 없이 여순사건위원회 직권으로 희생자를 인정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의 기대에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여순사건의 온전한 진상규명과 희생자 분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심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심사 체계를 개선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진상규명 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여순사건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와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수·순천 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 진압 출동을 거부하고 봉기를 일으킨 사건이다. 이후 전남과 전북, 경남 일부 지역에서 1만여명(시민단체 추정)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희생당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규명조차 되지 않았다.
한 총리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되신 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머리숙여 명복을 빈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사회적 편견을 마주하며 오랜 인고의 세월을 살아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가 이 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다시는 이처럼 비극적인 역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고 다짐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