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정원 "北, 우크라전에 특수부대 등 1만2000명 파병 결정"
입력
2024.10.18 17:41
김경준
기자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1만2,000명 규모의 특수부대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관련기사
[속보] "北 특수부대 1500여명 8일 블라디보스토크 파병"
北이 러에 파병한 '폭풍군단', 김일성도 총애한 최정예 부대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당신이 관심 있을만한 이슈
일상 덮친 딥페이크 범죄
관련기사
78
'뒷모습 앨범' 찍는 요즘 학교... 사제·교우관계까지 망친 딥페이크 폐해
서울에서 앨범 제작 업체를 운영하는 류모(59)씨는 올해 6월 한 초등학교 교사로부터 졸업 기념 앨범을 의뢰받고선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단다. 수십 장 사진 속 교사와 아이들 얼굴이 보이는 이미지가 아예 없었다고 한다. 담임 교사가 한 해를 기념하며 학생들에게 선물하는 앨범을 매년 숱하게 의뢰 받았지만, 이처럼 당사자 얼굴이 아예 드러나지 않는 형식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류씨는 "앨범은 얼굴이 의미가 있는데 왜 모자이크 처리한 것마냥 그랬을까 의문이 들어 의뢰자에게 전화했다"며 "그랬더니 일부러 그런 거라고, 학생들이 그렇게 하자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딥페이크(인공지능을 통한 합성) 범죄의 가해자 다수가 10대로 확인되면서, 학교 현장의 사제 관계와 교우 관계를 지탱하던 신뢰에 빠르게 금이 가고 있다. 으레 찍던 졸업사진이 혹시나 범죄에 쓰일까 하는 우려가 커지면서, 졸업사진을 아예 찍지 않거나 찍더라도 얼굴을 남기지 않으려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18일 본보가 교사와 앨범 제작 업체를 취재한 결과, 졸업앨범 사진 촬영 시즌을 앞두고 다수 학교에서 졸업사진을 아예 싣지 않거나 얼굴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도록 단체사진만 촬영하는 방식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우리 학교는 교사들 사진은 빼기로 최근 결정했다"며 "대신 캐리커처(인물을 만화 캐릭터처럼 표현한 삽화)를 실어 기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교사들 사이에서 졸업사진 악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30일부터 9일까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3,5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교사 10명 중 9명꼴로(93.1%) 졸업 앨범 사진이 딥페이크 등 범죄에 쓰일까 걱정한다고 답했다. 아예 앨범을 만들지 말자는 답변도 67.2%나 됐다. 경기 성남시의 한 앨범 제작 업체 대표는 "옛날에는 윗사람 지시로 억지로 찍었다면 요새는 교사 본인이 동의 안 하면 사진을 찍지도 못한다"며 "2, 3년 전부터는 교사 50명이 있다면 그중 10~20명은 안 찍겠다고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학부모 사이에서도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서로가 아는 사람 사진을 올리면 누군가 그 사진을 합성해 주고 함께 조롱하는 '겹지방'(겹치는 지인방)이 유행처럼 번진 후에 더욱 예민한 문제가 됐다. 성남시 학부모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졸업앨범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학교 현장의 우려처럼,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 중 10대 비중은 상당하다. 경찰청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검거한 딥페이크 피의자 474명 가운데 10대는 381명(80.4%)에 달했다. 이 중엔 형사처벌이 어려운 촉법소년(10세 이상~14세 미만)도 71명이나 된다. 최근엔 동창생과 교사 등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2,000원에 판 고등학생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연예인 합성물을 텔레그램방에서 2만~4만 원을 받고 판 10대가 붙잡히기도 했다. 딥페이크로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관계마저 무너지고 있다며 씁쓸해하는 이가 적잖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 A(26)씨는 "최근에 반 아이들이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찾았다길래 프로필 사진을 내렸다"면서 "사진이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해졌고,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을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현실이 많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기술을 통제할 수 없다면,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폐해와 심각성을 제대로 교육하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거의 유일한 해법이다. 딥페이크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근본 문제인 만큼, 각 학교나 교사뿐 아니라 정부와 경찰이 적극적으로 교육 방법과 내용을 안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기 지역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 김용준(29)씨는 "학생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도 교육의 한 부분인데, 여러 문제 때문에 졸업앨범 촬영까지 피하게 되는 분위기가 아쉽다"며 "딥페이크가 무엇이고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주는지, 학교와 사회가 힘을 합쳐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4 미국 대선
관련기사
812
충동적이고 산만한 트럼프, 입 거칠어지는 해리스... 대선 막판 리스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요 경합주(州)에서 앞서고 있다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도 당은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충동적이고 산만한 메시지를 무분별하게 쏟아내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현 대통령)에게 패했던 2020년 대선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인 셈이다. 민주당에도 불안감이 없지 않다. ‘자유’ ‘미래’ ‘비전’ 등 긍정적 메시지 전달에 주력하던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입은 거칠어지는 모습이다. 트럼프를 향해 최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파시스트’ ‘미치광이’ 등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위기감의 표출이라는 얘기다. 트럼프는 17일(현지시간)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러시아와의) 전쟁이 시작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아야 했다. 전쟁의 패배자”라는 조롱을 퍼부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의 책임을 젤렌스키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선동했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횡설수설하고 혼란스러운 답변을 하던 중 바이든의 리더십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황당 발언’은 이뿐이 아니다. 16일에는 미국 민주주의의 최대 상처로 각인된, 2021년 트럼프 지지자들의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사랑의 날”이라고 지칭했다. 트럼프는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우리에게는 총이 없었다. 의회까지 평화롭고 애국적으로 행진했다”며 폭도들을 두둔했다. 1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반(反)트럼프 진영을 ‘내부의 적’ ‘병든 사람들’ ‘좌파 광인들’로 규정했다. 트럼프는 ‘11월 5일 대선일에 혼란이 예상되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병력을 동원해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좌파 급진주의자로부터의 내부 위협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같이 답했다. 트럼프 캠프는 그의 종잡을 수 없는 언행을 바짝 경계하고 있다. 경합주 지지율 격차를 좁히거나, 오히려 앞서기도 하는 호재가 잇따르는데 스스로 역풍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NYT는 2020년 대선 레이스 막판 때 바이든이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문제에 집중한 반면, 트럼프는 12개 이상의 다른 메시지를 냈음에도 유권자의 3%만 그의 발언을 기억했다는 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트럼프 진영 일각에서 2020년의 재현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는 그동안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자”며 트럼프 직접 공격 발언을 자제했던 것과 달리, 최근 네거티브 공세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날 위스콘신주 유세에 나선 그는 ‘1월 6일은 사랑의 날’이라는 트럼프 발언을 언급하며 “미국인은 그의 가스라이팅에 지쳤다”고 맹비난했다. 또 지난 7월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에 폭넓은 형사상 면책 특권을 인정한 대법원 결정과 관련해 “가드레일(안전장치)이 없는 트럼프를 상상해 보라”며 유권자들에게 위기감을 불어넣었다. 14일 유세 때는 트럼프의 ‘내부의 적’ 언급 영상을 튼 뒤 “점점 더 불안하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힐난했다. 트럼프의 건강 기록 미공개에 대해서도 “(본인이 대통령직에) 부적합하고 불안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심지어 미국 제도권 정치에선 상대방 비판 때도 잘 쓰지 않는 ‘파시스트’ 단어의 봉인도 해제했다. 트럼프가 인종적 분노, 두려움, 위기를 조장하는 선거운동을 강화하자, 해리스 역시 점잔을 떨 이유가 없어졌다. 해리스는 16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합참의장을 지낸 마크 밀리의 말을 빌려 트럼프를 “핵심적인 파시스트”라고 비난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트럼프의 수사는 노골적으로 파시스트화됐다”고 거들었다. 해리스는 특히 ‘트럼프는 불안정하다’는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복수의 캠프 관계자는 “해리스를 설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트럼프를 불안정한 인물로, 해리스는 미국 안보를 강화할 리더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서울시 '진보 교육감' 당선
관련기사
7
낮은 투표율에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민들이 직접 정해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23.5%라는 저조한 투표율로 막을 내리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이 재점화됐다. 막대한 선거비용에도 불구하고 주민 대표성은 높지 않아서다. 2026년 6월 예정된 전국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는 전체 유권자 832만1,972명 중 195만3,089명이 참여해 투표율이 23.5%로 집계됐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로 한정하면 직선제가 도입된 2008년(15.4%) 이후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를 제외한 시도교육감 재보궐선거 투표율로는 2009년 충남교육감 보궐선거(21.2%) 이후 최저다. 가장 최근이었던 지난해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26.5%)에도 못 미쳤다. 반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기초단체장 4곳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53.9%였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들어간 비용은 약 560억 원으로 추산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이해당사자 축소, 정당 개입 금지에 따른 후보와 정책에 대한 정보 부족 등이 교육감 선거 투표율이 유독 낮은 이유로 꼽힌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수 감소로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가 줄어들면서 유권자들의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며 "선거 비용 부담이 크고, 초·중등 교사들의 출마 문턱도 높기 때문에 후보군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투표율이 매번 저조하자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950년대부터 1991년까지 대통령이 임명했던 시도교육감은 지방자치제도 발전과 함께 1991~2006년 시도 교육위원회나 학교운영위원 등 선거인단에서 선출했다. 하지만 후보가 선거인을 매수하는 등 잦은 부정행위와 주민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문제 제기로 2007년 1월 직선제로 바뀌었다. 직선제 도입 후에는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선거가 치러져 '깜깜이 선거' 등의 문제가 부각됐다. 또한 후보들의 정치적 노선에 따라 표가 갈려 정치 중립성 훼손 논란이 선거 때마다 반복됐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치 중립성이 강조되는 교육감 선거가 현실에서는 정반대로 후보들의 정치적 노선에 따라 결정된다"며 "시도지사가 임명하거나 시도의회에서 선출하는 간선제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지난해 국정과제로 시도지사가 교육감과 함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국회에도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반면 러닝메이트제 등이 정치 개입을 강화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해친다는 우려도 크다. 17일 미국 교육감 제도 관련 보고서를 낸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미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주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주가 감소 추세"라며 "시도교육감을 지정하는 러닝메이트제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에서 주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주는 1992년 26개에서 2020년 19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선출하는 주는 9개에서 18개로 늘었다. 13개 주에서는 주민이 직접 뽑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면 일반 행정 예산과 교육 예산이 통합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부실해지고 정당 공천 영향을 받는 시도지사의 개입으로 교육의 정치화도 크게 우려된다"고 짚었다. 이에 직선제를 유지하되 선거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 등 교육 관련 이해당사자들만 투표에 참여하는 '제한적 직선제'를 도입하거나 교육감 선거에 한해 현재 만 18세 이상인 선거 연령을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해당사자의 범위 설정, 전국 단위 선거와의 형평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당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교육감 선거의 한계를 보완해 정부가 교육감 선거운동 비용을 부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TV 토론회 등을 주관하는 등 선거 공영제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조사관은 "헌법에 명시된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감 선출 방식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며 "지역에서 직선제든 러닝메이트제든 어떤 방식으로 교육감을 뽑을지 논의한 후 국회에서 특례 규정을 만든다면 지역 교육 특색도 살릴 수 있고, 주민 투표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기사
717
서울청장 무죄, 용산서장 유죄... ①직접 의무 ②예견 가능성이 운명 갈랐다
용산경찰서장 유죄, 그의 직속상관인 서울경찰청장 무죄.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가장 중요한 지휘라인에 서 있던 경찰 지휘관 두 사람의 운명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렸다. 자기 관할에서 발생하는 치안 변수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직접 현장에서 사태를 챙기는 지휘관인 경찰서장과 달리, 관할서 보고를 받은 뒤 판단해야 하는 지방경찰청장의 경우 △사고 예견 가능성 △구체적 주의 의무를 지나치게 높게 잡을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1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권성수)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서울청 간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같은 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 배성중)가 동일한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형을 선고한 것과 대조적이다. 양 재판부 설명을 종합하면, 김 전 청장과 이 전 서장 모두에게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일대 핼러윈데이 행사에 대한 주의 의무가 있었다. 판단이 갈린 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있었느냐다. 유죄를 선고한 형사11부는 "정보, 경비, 교통 등 기능별 안전대책을 적절히 수립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며 △용산서 경비과를 대책 수립에 관여시키지 않고 대책을 세우지도 않은 점 △현장에 정보관을 배치하지 않은 점 △범죄단속에만 치중한 점 등을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 사항으로 꼽았다. 그러나 무죄를 선고한 형사12부는 "(서울청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고받은 정보를 토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통상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이례적 사태의 발생을 대비할 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사고 예견 가능성' 평가도 달랐다. 김 전 청장 재판부는 "피고인은 관내 대규모 인파 집중으로 인한 재난 및 안전사고에 대한 실질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을 지휘·감독할 책임자"라면서도 "서울청장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 정도나 당시 보고된 내용의 한계, 관련 규정을 기반으로 봤을 때 사고를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다중운집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이 직접 적용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행사와 달리, 이 사건 사고는 △제한되지 않은 장소에서 △사람들이 계속 이동하는 상황 중 발생한 사고라 매뉴얼이나 과거 업무 경험만으로 미리 사고를 대비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이 전 서장 재판부는 사고 예견가능성을 넓게 해석했다. "대형 참사의 결과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공간에 군중의 밀집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 사고, 즉 전도·추락·압사 등의 안전사고라는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따졌고, 이 전 서장이 이를 분명히 인지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용산서의 과거 핼러윈데이 치안대책 △사고 전날 인파유입 상황 △경찰의 정보보고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경찰서장은 보다 직접적인 인파 관리 책임자로서, 현장에 좀 더 가까이 있으면서 당시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반대로 지방청장은 일선 경찰서나 지방청 정보 기능 등의 보고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서장과 똑같은 정도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서로 다른 1심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라, 이런 차이점은 상급심(서울고법·대법원)에서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정리될 수는 있다. 유족 측은 무죄 결론을 납득할 수 없다며 검찰에 즉각 항소를 요청했다. 유족 진창희(53)씨는 "김 전 청장은 인파 관리 필요성을 보고받은 사람"이라며 "사법부가 무능과 무력함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한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태스크포스 소속 백민 변호사는 "형사 책임으로 참사를 규정하는 것도 매우 협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두 사람이 예견했던 인파 위험성은 비슷하고 알던 정보도 비슷할 텐데, 용산서는 1차 기관, 서울청은 2차 기관으로 면죄부를 주는 게 과연 타당한가"라고 따져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