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특수부대를 포함해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했다고 정부가 18일 공식 확인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인정한 건 처음이다. 북한군 선발대 1,500명은 이미 열흘 전 러시아로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라"고 관계부처에 긴급 지시했다. 북러 군사 밀착이 참전으로 확대되면서 한반도 안보상황이 새로운 위협에 맞닥뜨렸다.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북한은 특수전부대 예하 4개 여단에서 각 3,000명씩 총 1만2,000명을 파병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부대원 1,500여 명은 러시아가 북한에 보낸 해군 함정을 타고 이달 8~13일 먼저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 추가 병력 이송작전이 진행될 것이라고 국정원은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간호 목적으로 보낸 일부 병력은 지난여름부터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파병 북한군이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는 물론 비슷한 용모의 시베리아 지역 주민 위조 신분증까지 발급받았다. 참전 사실을 숨기기 위한 위장 전술이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지난해 8월 이후 70여 차례에 걸쳐 1만3,000여 개 컨테이너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살상무기를 러시아에 보낸 것으로 평가했다. 122㎜·152㎜ 포탄은 800여만 발 이상 지원했고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도 전장에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회의에는 국가안보실, 국방부, 국정원 핵심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부는 우방국들과의 공조하에 북한의 러시아 파병 동태를 초기부터 면밀히 추적해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 정부가 현재 비살상무기로 국한된 대우크라이나 지원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현재로선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군 자체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방어적 성격의 무기 지원 확대가 우선 거론되지만, 군의 다른 관계자는 "살상무기 지원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먼저 현재 지원하고 있는 비전투 물자 물량을 늘릴 것으로 보이고 우크라이나 측이 관심을 보인 드론이나 전자전 장비 등을 지원할 수도 있다"면서 "나아가 북한군이 실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이는 상황까지 이어진다면, 무기나 교관 등 훈련 요원의 파견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