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보다 전남 먼저 달려간 한동훈... ①지지층 확장 ②당대표 연임 ③尹과 차별화

입력
2024.10.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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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직후 ‘전남 곡성’ 첫 방문지로
'지방선거 이끌겠다는 의지' 해석 나와
진보층 포용으로 '윤 대통령과 차별화'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전남 곡성을 찾았다. 10·16 재보궐 선거에서 값진 승리를 안겨준 부산 금정이 아니라 참패한 전남 곡성을 먼저 방문했다. 곡성은 여당이 사실상 당선을 기대한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왜 이곳을 우선순위로 택했을까. 2026년 지방선거까지 겨냥해 지지세를 확장하겠다는 서진(西進) 정책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성난 민심을 부각시켜 현 정권과 차별화를 꾀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호남에 잘하겠다" 구애 나선 한동훈

한 대표는 곡성 5일장을 찾아 “다음에 한번 기회를 주면 좋겠다. 더 좋은 정치를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정당 거의 최초로 제가 곡성에서 유세하며 국민의힘의 진심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며 “곡성과 호남에 더 잘하겠다. 이 마음을 보여드리기 위해 선거 이후 제일 처음으로 곡성에 왔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곡성군수 선거에서 득표율이 3.48%에 그쳤다.

한 대표가 ‘호남 공략’에 나선 건 안방을 사수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이틀 전 재보선에서 부산 금정, 인천 강화를 지켜 보수층의 확고한 지지를 확인한 만큼, 진보층으로 외연 확장을 노려보겠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역에 따라 큰 (지지도) 차이가 나는 것은 좋은 정치를 하는 데 장애”라며 “우리는 호남을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당대표 연임'까지 고려했나

‘당대표 연임’까지 바라본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면 당헌·당규에 따라 내년 9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경우 2026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해 당을 장악하기 어렵다. 여권에서는 “한 대표가 당헌·당규를 개정하거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식으로 지방선거를 이끌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한 대표가 최근 잇따라 ‘지방선거 승리’를 언급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원외당협위원장과 만나 “지방선거에서 책임지고 반드시 이기도록 하겠다”고 했다. 16일에도 지방선거 전략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전국정당이고, 헌신하고 희생적으로 최선을 다하면 통할 것”이라고 막힘없이 답했다. 다만 한 대표 측은 “원론적인 답변”이라는 입장이다.


"김건희 여사 어떻게 좀" 이 목소리 들으려?

내주 초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주도권 싸움’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호남, 그 ‘날것’의 지역 민심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일부 주민들은 한 대표에게 “김건희 여사 좀 어떻게 해 달라”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에 한 대표는 “저희가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윤 대통령과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비치는 대목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직접적인 충돌’은 피했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을 전담 조사할 특별감찰관 도입 필요 여부’에 대해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말씀을 모아서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특검)’에 대한 질문에는 “제가 국민의 불만과 걱정,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말씀드리고 있지 않나.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