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운전하다가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한 20대 여성 디스크자키(DJ)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 김용중)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DJ 안모(24)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추가로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 원심은 다소 무겁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2월 3일 오전 4시 30분쯤 강남구 논현동에서 술에 취한 채 벤츠 차량을 몰다가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씨는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 상해사고를 내고 도주하던 중, 피해자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21%로 면허취소 기준(0.08% 이상)의 세 배에 근접했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1심은 안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일부 감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만취 상태에서 도로 중간에 한참 서 있거나 신호위반, 과속을 하는 등 매우 위험하게 운전했고 1차 사고 후 도주, 2차 사고로 피해자 사망을 초래했다"고 질책했다. 이어 "자신이 어떻게 사고를 냈는지 인식도 못 할 정도로 만취했음에도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항소심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합의한 점을 고려해 형량을 줄였다. 앞서 검찰은 안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안씨는 "저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잃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면서 "저의 직업도, 꿈도 모두 포기할 생각이고 운전면허도 평생 따지 않을 것"이라고 읍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