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최저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등 역대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다는 예고에 패션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겨울은 단가가 높은 의류를 많이 찾아 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가운데 추운 날씨는 더 많은 소비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이 패션업계 대목이란 건 실적을 보면 알기 쉽다. 1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패션기업 LF의 4분기(10~12월) 매출은 5,684억 원으로 3분기(7~9월) 4,169억 원, 2분기(4~6월) 4,741억 원을 크게 앞지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F&F 등 다른 상장사도 비슷하다. 업계에선 소비자가 겨울 의류 장만에 나서는 4분기(10~12월) 매출이 연간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한다고 본다.
패선업계가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는 고가 제품군이 많아서다. 겨울철 핵심 아이템인 코트, 패딩, 재킷 등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추위에 견디는 소재로 무장한 점도 겨울철 의류 가격을 높이고 있다. 이에 더해 날씨가 추워지면 장갑, 목도리 등 방한을 위한 잡화 제품도 잘 나간다.
패션업계는 올해 겨울 강추위가 예고되자 더욱 기대하고 있다. 기상청 관측 결과 12월 기온이 평년(1.1도)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영하 18도 이하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패션업계로선 의류 판매가 늘어날 수 있는 희소식이다.
이는 따듯했던 지난해 겨울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컨대 A업체는 지난해 연말에 진행했던 '패딩 기획전'이 12월이면 종료했던 예년과 달리 이듬해 1월까지 시행했다. 포근한 날씨에 패딩이 더디게 팔린 탓이다.
강추위 예측에 패션업계는 분주하다. LF는 '리복', '티톤브로스' 등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두께감이 있는 '헤비 아우터'를 출시한다. 스웨이드, 퍼 소재를 활용해 따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상품들도 준비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은 가죽 아우터와 캐시미어 니트,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등을 마련했다. F&F의 '디스커버리', 코오롱FnC의 '시리즈' 등도 혹한에도 끄떡없는 겨울철 의류 라인을 강화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쌀쌀해진 날씨 영향으로 두꺼운 의류 판매가 증가하는 등 겨울 대목은 이미 시작했다"며 "패션회사마다 겨울 의류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더 공들여 대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