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과의 '우연한 교전'으로 16일(현지시간)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아 신와르(62)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설계·주도했던 인물이다. 이스라엘의 '최우선 표적'으로 꼽혔던 하마스 내 대표적인 과격파 인사였다.
1962년 가자지구 칸유니스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신와르는 가자 이슬람대에서 아랍어를 전공했다. 하마스에는 1987년 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투쟁) 때 합류했고, 하마스 창시자인 셰이크 아메드 야신의 신임을 받으며 주요 인사로 부상했다. 이스라엘과 협력한 팔레스타인인을 색출·살해하는 하마스 보안 부서를 이끌던 당시의 무자비한 면모 탓에 '칸유니스의 도살자'라는 악명을 얻었다.
22년간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1988년 이스라엘 병사 살인·납치를 주도한 혐의로 이듬해 체포돼 종신형을 네 차례나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수감 기간 그를 관찰한 이스라엘 정보부는 "잔인하고 권위가 있으며 교활하다. (타인) 조종에도 능하다"고 평가했다. 옥중에서도 히브리어를 배우고, 이스라엘 신문·서적을 탐독하는 등 '적'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와르를 네 차례 면담한 중동 전문가 에후드 야아리는 신와르를 '사이코패스'로 규정하면서도, "매력을 '켜고 끌' 줄 아는 사람"이라고 영국 BBC방송에 말했다.
2011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 교환으로 풀려난 신와르는 201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했다. 작년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을 이끌며 사실상 '하마스 서열 1위'가 됐고, 올해 7월 말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숨진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장의 후임자를 맡은 8월부터는 공식적인 1인자에도 올랐다.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은 신와르를 '제거 1순위'로 삼으며 그의 행방 추적에 총력을 기울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신와르를 "걸어 다니는 죽은 자(dead man walking)"로 부르며 살해를 공언했고, 현상금 40만 달러(약 5억4,800만 원)도 내걸었다. 그러나 휴대폰 등 통신기기 사용을 자제하고 은신처를 여러 차례 옮긴 탓에 추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2개월여 만에 수장을 연달아 잃은 하마스는 신속히 조직 재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레바논 뉴스채널 LBCI는 18일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 해외 조직 책임자인 칼리드 마슈알이 새 수장이 됐다"고 보도했다. 1996~2017년 하마스 정치국장을 지낸 마슈알은 하니예 사망 당시에도 후임 정치국장 물망에 올랐던 인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정치적·군사적 세력인 하마스는 수십 년간 여러 지도자의 암살을 견뎌냈다"며 "신와르의 사망이 하마스엔 큰 타격이지만, (조직의) 종말 신호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