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샤워에 온실가스 50g 배출… "샤워 시간 줄이고 물 받아 써요"

입력
2024.10.23 04:30
19면
[우리가 몰랐던 기후행동]
물 1L 사용에 온실가스 0.332g 배출
한국인 1인당 일평균 306L 물 사용
매일 온실가스 101g 배출하는 셈
일상 속 물 절약도 훌륭한 기후행동

편집자주

기후위기가 심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상 속 친환경 행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열받은 지구를 식힐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는 당신을 위해 바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지긋지긋했던 극한 더위가 물러가고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춥다는 생각도 들죠. 날씨가 추워지면 많은 사람이 따뜻한 온수 샤워를 즐깁니다. 아침에 일어나 뜨끈한 온수 물을 맞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면 상쾌하게 잠이 깨죠. 어떤 날에는 거품을 다 닦아내고도 온수를 맞으며 가만히 서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샤워 시간을 조금만 줄인다면 지구의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샤워하면서 흘려보내는 물을 줄이는 겁니다. 집에서 물을 사용하면 그만큼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등)가 배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수돗물을 가정까지 공급하려면 발전기를 돌리고 상하수도 시설을 가동해야 합니다. 특히 가을부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는 보일러는 가스나 기름을 연료로 삼으며 탄소를 배출하게 되죠. 국가 온실가스 배출계수에 따르면 물 1리터(L)를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 0.332그램(g)이 배출됩니다.

국가발전지표에 따르면 한국인 1명의 일평균 물 사용량은 2022년 기준 306L입니다. 화장실 물을 내리고 몸을 씻고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는 일상 속 물 사용만으로 하루에 온실가스 101g이 뿜어져 나오는 셈입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이 지구를 달구는 연료가 되지 않도록 생활 속 물 절약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죠.

샤워 시간 20분…온실가스 24g 배출

물 사용량은 개별 가정과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선 스스로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해봤습니다. 퇴근 후 샤워를 하면서 소요된 시간을 재보니 약 20분이 걸렸습니다. 샤워기를 틀고 생수병을 채워보니 1L를 채우는 데 약 8초가 걸리네요.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샤워하는 20분 동안 물을 계속 틀어놨다고 가정하면 약 150L 물을 썼고 온실가스 50g을 배출한 셈입니다.

설거지에 사용된 물도 따져봤습니다. 저녁 메뉴로 삼겹살과 김치, 버섯을 구워 먹으니 프라이팬과 집게, 각종 식기와 그릇 등 설거짓거리가 개수대를 제법 채웁니다. 세제를 묻히기 전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해 온수를 틀고 충분히 그릇을 적셔줍니다. 그릇에서 뽀득뽀득 소리가 날 때까지 물로 헹구는 습관이 있는데, 하필 메뉴가 삼겹살이라 수돗물을 평소보다 많이 썼습니다.

설거지 시간은 20분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개수대 수도에서 생수병 1L를 가득 채워보니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8초가 걸렸습니다. 퇴근 후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 것만으로 온실가스 100g을 배출한 겁니다. 여기에 화장실 물을 내리고 손을 씻고 양치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면 더 많은 온실가스가 나오겠지요.

"샤워 시간 줄이고 물 받아서 사용하세요"

환경부는 물 절약을 위해 ①물 사용 시간을 줄이고 ②물을 받아서 쓰는 일상 속 작은 실천을 제안합니다.

물 사용 시간을 줄이려면 꼭 필요한 경우에만 물을 트는 습관부터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샤워를 할 때 머리에 비누칠을 하거나 거품을 낼 때는 물은 반드시 잠가두는 것이 좋습니다. 거품을 다 씻어냈다면 과감히 욕실 밖으로 나오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따끈한 온수 샤워가 좋더라도 말이죠.

물을 받아쓰는 것은 물 절약을 위한 '고전적 방법'입니다. 양치를 할 때 컵에 물을 받아 쓰는 것이 대표적이죠. 설거지를 할 때도 흐르는 물 대신 큰 통에 받은 물로 그릇을 씻을 수 있습니다.

물 절약 방안을 실천해봤습니다. 우선 20분이 걸렸던 샤워 시간을 15분까지 단축했습니다. 물을 적시는 시간을 최대한 줄였고 거품을 걷어내는 손놀림을 더 빨리했습니다. 샤워 시간 5분을 줄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는데요. 그동안 쓸데없이 물을 많이 썼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물 사용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샤워하며 절약한 물은 약 38L입니다.

양치할 때도 500밀리리터(mL) 용량 물컵에 물을 받아서 사용했습니다. 평소엔 수도꼭지 물을 1분 정도 틀어 놓고 두 손에 물을 채워가며 입을 헹궜습니다. 컵에 물을 담아 양치를 함으로서 의미없이 버려졌던 물 7L를 절약했습니다.

설거지를 할 때는 개수대에 10L 정도 물을 채워 그릇에 묻은 기름과 양념을 닦아낸 뒤 세제를 묻혔습니다. 평상시엔 흐르는 물에 5분 정도 그릇들을 닦아낸 뒤 세제로 세척했던 것을 고려하면 약 28L의 물을 아낀 거죠. 저녁 시간 일상 속 작은 행동으로 절약한 물은 총 73L입니다. 2L 생수병 37통에 해당하는 양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4g 줄이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온실가스 24g이 작아 보인다고요. 시야를 조금 더 넓혀야 합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935만 명의 시민이 다 함께 샤워 시간을 5분 줄이고 양치와 설거지에 필요한 물을 받아서 사용한다면, 하루 저녁에만 온실가스 배출량 22만4,400kg을 감축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1년 단위로 확대해보면 8만1,906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겁니다.

자작나무숲 1헥타르(ha·1만㎡)를 조성하면 연간 약 6.8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는데요. 서울 시민들이 물 절약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1년에 1만2,045ha 가까운 거대한 자작나무숲을 서울 시내에 조성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 절약 행동이 전국 곳곳에 퍼진다면 그 효과는 더욱 크겠지요.

환경부는 이 밖에도 물 사용 시 수도꼭지를 30% 정도만 개방하면 일주일에 약 13.3L의 물을 절약할 수 있고, 절수용 샤워기를 설치하면 물 사용량이 27% 줄어든다고 설명합니다. 또 세탁기는 빨래를 한 번에 모아서 돌리고 식기세척기는 적정 용량을 담아 가동하는 방법도 제안합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주방에서, 화장실에서, 세탁실에서 흘려보낸 물이 지구를 달구는 장작이 되지 않도록 일상 속 물 절약 기후행동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