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적진'에 뛰어들어 무당층·온건 보수층 유권자의 표심 공략에 나섰다. 대선 레이스 막판까지도 지지율 초박빙 상황이 이어지자,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보수 매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것이다. 해리스는 이전보다 더 확실히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한편, '불법 이민' 이슈와 관련해선 진행자와 날 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16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해리스는 "매우 명확히 말하는데, (집권하게 되면) 내 대통령 임기는 바이든의 임기를 이어 나가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신임 대통령처럼 내 인생 경험, 내 직업적 경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백악관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나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을 대표한다. 나는 수도 워싱턴에서 경력 대부분을 보내지 않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대통령에 오를 경우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 시즌 2'가 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 선을 그은 것이다.
해리스의 폭스뉴스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11월 5일)을 3주 앞둔 상태에서 무당층, 반(反)트럼프 성향인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이 해리스의 폭스뉴스 출연에 대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는 "계산된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해리스는 마치 경쟁 후보와 토론을 하는 것처럼 폭스뉴스 진행자 브렛 베이어와 신경전을 벌였다. 약점으로 꼽히는 '불법 이민' 이슈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는 "현 이민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이해한다. 불법 월경 및 이민 시도의 비(非)범죄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베이어가 "불법 이민의 해결책이 없지 않나"라고 몰아붙이자, "그 문제는 바이든의 집권 전(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있었다"며 "올해 초 초당적인 국경 통제 강화 법안을 반대한 건 트럼프였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이 질문과 답변을 쏟아내며 동시에 말하는 시간이 많았고, 결국 해리스는 자신의 말을 끊는 베이어에게 "내가 발언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또 '바이든의 인지능력 감소를 언제 알았는지' '바이든의 재선 포기 직전에도 그의 대통령직 수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던 이유' 등을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바이든은 투표용지에 이름이 없지만, 트럼프는 있다"면서 역공을 취했다.
지지율은 여전히 혼조세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8~10일 전국 투표 의향층 유권자 1,4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율 조사(오차범위 ±3.9%포인트)에서 해리스는 52%를 기록, 트럼프(47%)를 5%포인트 앞섰다. 반대로 10~14일 경합주(州)인 조지아주의 유권자 1,328명을 상대로 이뤄진 퀴니피액대의 조사(오차범위 ±2.7%포인트)에선 트럼프(52%)가 해리스(45%)보다 우위를 보였다. 15일 사전 투표가 시작된 조지아주에선 첫날에만 30만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 이번 대선의 뜨거운 열기를 증명했다. 역대 사전 투표 첫날 최고 기록인 2020년 대선의 13만6,000표보다도 2배 이상 많은 수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