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력주자가 대통령에 맞서고 금명(今明)권력이 대립한다. 권부의 내밀한 사정이 노출되고 공직사회는 복지(伏地)모드에 들어간다, 정권 말기증상이다. 보통 집권 4년 차부터인데 2년도 안 된 올 초부터 시작됐다. 급기야 일개 브로커가 “건드리면 하야·탄핵”으로 대통령과 사법당국을 겁박하고, 대통령 내외의 기이한 관계와 충격적인 비선거래를 연일 까발리는가 하면, 현 정권의 거물들을 대놓고 조리돌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전전긍긍이다. 이쯤이면 말기도 넘긴 정권종말 현상이다. 임기 절반도 못 채운 시점에.
힘의 이동에 약빠른 정치꾼들의 처신이 그 현상이나, 기저는 전통보수까지 등 돌린 민심이다. 영남, 중노년층의 평가도 부정으로 뒤집혔다. 태극기성향 지지자들만 남았으나 이들 태반도 이재명의 대척자로서 윤석열을 지키자는 것이지 그가 잘해서는 아닐 것이다. “총선서 지면 식물정권이 된다” 했던 게 윤 대통령 자신이다. 제 말 잊고 딴청 계속하다 예까지 왔다.
이 상태로는 정상적인 국정수행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낮은 지지율만 문제가 아니다. 국민 앞에서 이토록 인격모독을 당하고 무슨 권위로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 예전 ’서울의소리‘ 녹취에서도 부인이 비슷한 모독 표현을 쓴 바 있으니 이번 “오빠”는 확인사살 수준이다. 정책적 무능이 원천적 자질부족 때문임을 부인이 나서 입증한 꼴이 됐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제 다 희화화할 것이다. ’격노‘까지 포함해.
윤 대통령에게 더는 고언도 부질없지만 그래도 하나는 남았다. 지난봄에도 썼던 4년 중임제 개헌이다. 그때 논지는 87년 체제의 핵심인 5년 단임제가 시효 만료됐다는 거였다. 매 정권 거듭되는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 제왕적 처신을 끊어내려면 국민의 직접평가 기회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제는 같은 충고에 전제를 붙인다. 4년 중임제 개헌에 본인 임기도 그에 맞춰 줄이자는 것이다. 명분도 있다. 윤 대통령이 마지막 1년을 포기하면 2026년 봄에 대통령 선거와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같이 치르게 된다. 이러면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각기 치르는 데 따른 상시 정치적 대치상태와 엄청난 국가적 비용·에너지를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다. 짐작하겠지만 방점은 임기단축에 있다.
어차피 집권 초부터 L자로 꺾여 내내 그 추세인 국정지지율이 회복될 가능성은 없다. 광우병사태로 바닥을 쳤던 MB가 50% 수준까지 지지율을 회복한 전례가 있으나 그땐 금융위기 조기극복이 있었다. 그 같은 정책적 유능함은 윤 대통령에겐 기대난망이다. 더 중한 이유는 우리 헌정사에 탄핵이란 비정상적 헌정중단이 또 있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탄핵을 자칫 일상적인 정치적 반대수단 정도로 여기게끔 해서 앞으로 어느 정권도 온전히 갈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이미 탄핵 주장이 비등하고 있는 만큼 도리어 선제적으로 임기축소와 개헌을 선언하면 명분과 실리를 함께 쥐는 효과도 있다. 실리는 수세일변도 정국의 대반전을 이루는 것이고, 명분은 ’제7공화국‘을 띄움으로써 헌정사의 새 시대를 연 역사적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게 아니면 뻔한 지리멸렬 상황을 1년 더 이어간들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물론 앞서 하나가 더 있긴 하다. ’김건희(여사)특검‘을 이제라도 받는 것이다. 이 문제는 곪을 대로 곪아 이제 화농의 근원을 짜내지 않고는 치료할 방법이 없다. 굳이 구차하게 덧붙이자면 숙적 이재명 대표 측 입장에서도 가장 두려운 게 사법정의의 균형일 것이다. 더 첨언할 것도 없다. 이 정권의 모든 사달은 다 부인 문제에서 시작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