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국감' 된 정무위... 검찰 불기소에 이복현 "대답할 위치 아냐"

입력
2024.10.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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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 관련 야당의 질문에
"증거 관계 몰라"...지난해엔 "한 톨의 증거 없어"
잦은 시장 개입 발언 놓고 "정치할 생각" 해석엔
"계속 안 하겠다 했지 않나... 이제 좀 믿어 달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김건희 여사 국감'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검찰이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것을 놓고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재차 입장 표명을 요구했으나, 이 원장은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과거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한 톨의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17일 정무위 국감에 참석한 이 원장에게 야당 의원들은 초반부터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은 검찰 역사 치욕의 날"이라며 "주가조작 밝혀내는 게 금감원 역할인데, 검찰 출신 금감원장으로서 검찰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고, 같은 당 이정문 의원, 강훈식 의원 등도 같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졌다.

이에 이 원장은 "제가 법원이나 검찰 판단에 대해 뭐라고 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며 "오늘 검찰에서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감원이 이첩한 사건이 아니라 검찰이 인지수사 형태로 한 거라 증거 관계에 대해 실제로 잘 모른다"고도 덧붙였다.

그동안 여러 차례 김 여사의 주가 조작 관련한 의혹에서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이 원장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실제 이 원장은 지난해 2월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수사팀이 기소하려고 엄청 노력했고, '위에서 기소하라'고 지시한 것도 들었다"며 "그런데 담당 실무자들이 도저히 (기소할 만한) 증거가 안 된다고 해서 기소를 못 했다"고 주장했다. 또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많이 해봤는데, 이(김 여사) 경우 한 톨의 증거라도 있었으면 기소했을 텐데 증거가 없는 것”이라며 “제 입장에선 거의 확신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여야를 막론하고 금융 감독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기보다 시장에 개입하는 발언이 잦으면서 '이복현의 입'이 주목받는다는 질타도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장이 금융정책에 대해 너무 발언이 잦다"며 "권한을 위임받은 게 아닌 금감원장이 법적 근거 없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원장은 "대부분은 경제팀 내에서 합의가 되거나 공감대가 있던 내용으로, 상황상 감독원장인 제가 얘기해야 했던 부분이 있다"면서 "그때 구두개입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지 않았다면 이번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원장이 국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언론 플레이를 위해 월권 발언 등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나왔고, 이 원장은 "총선도 있었고 심지어 어제는 재보궐선거까지 있었는데 지금까지 계속 안 나갔지 않느냐"며 "이번이 세 번째 국감인데 계속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말씀드리고 있다. 이제 좀 믿어달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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