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서 '20㎝ 칼' 소지 사전 적발... 법원 "보안 강화"

입력
2024.10.18 11:02
'법정 피습' 하루인베스트 대표 심문날
보안 검색서 적발… 사고 미연에 방지

사건 당사자가 20㎝ 길이의 칼을 들고 법원에 들어가려다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필 서울남부지법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하루인베스트 대표가 심문을 받는 날이라 관련 범죄가 의심됐지만, 법원 자체 조사 결과 해당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보안 대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서울회생법원으로 들어가려던 한 60대 여성 A씨의 가방에서 에어캡(일명 '뽁뽁이')에 싸여 있는 길이 20㎝의 흉기가 발견됐다. 흉기는 보안 검색 과정에서 나왔다. A씨는 "평소 소지하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은 즉시 이를 압수 조치하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이 법원에는 8월 서울남부지법에서 형사 재판을 받던 중 방청객으로부터 흉기 피습을 당한 코인예치업체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모씨가 출석한 관계사(하루매니지먼트·하루유나이티드) 파산사건 심문기일이 열리고 있었다. 이씨는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투자자 1만6,000여 명으로부터 약 1조4,000억 원의 코인을 받아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피습을 당했다. 서울회생법원 역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법정 보안을 더 강화하던 상황이었고, 보안 검색 과정에서 흉기를 미리 적발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다만, A씨의 흉기 소지는 하루인베스트와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 자체 조사 결과, A씨는 본인의 개인회생 사건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다고 한다. A씨는 회생절차 개시결정 이후 진행되는 채권자 집회에 출석하던 길이었다. 채권자 집회란, 채권자들이 직접 채무자의 변제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는 제도다. 법원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사건을 신고했다. 경우에 따라 경범죄 처벌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도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 조치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법대에서 판사들이 비상시 누를 수 있는 비상벨과 보안검색대 등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며 보안을 관리하던 중에 흉기 소지자가 적발된 사건"이라면서 "법정 보안 유지를 위해 향후 철저한 검색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서울남부지법 흉기 피습 사건 이후 '법정 보안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 일선 법원에 송부했다. 법정 내 보안 강화, 검색 강화, 보안 인력 확충 및 역량 강화 등 크게 세 갈래 내용이다. 법원행정처는 "종합대책이 각급 법원에서 구체적인 환경 개선 및 제도로 실현될 수 있도록 예산 및 인력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근아 기자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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