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적십자병원의 절반 이상이 의사를 채용하지 못해 일부 과목을 휴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진료가 중단됐다. 병원들은 여러 차례 공고를 내고 이 과정에서 연봉을 올려 겨우 의사를 구했지만, 퇴직률이 높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17일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전국 적십자병원 6곳 중 4곳은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일부 과목을 휴진했다. 상주적십자병원 이비인후과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 4일까지 장기간 휴진했다. 간신히 의사를 구했지만, 또 퇴사해 지난 8월 21일부터 휴진 상태다. 거창적십자병원은 영상의학과 공보의가 소집해제된 후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올해 4월 13일부터 7월 1일까지 환자를 받지 못했다.
구인난은 심지어 수도권에서도 심각했다. 서울적십자병원은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진료를 하지 못했다. 인천적십자병원 신경외과도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휴진했다.
적십자병원은 의사를 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공고를 내며 연봉을 올렸지만 빈자리를 채우는 게 쉽지 않았다. 거창적십자병원 영상의학과는 올해 10차례 구인 공고를 낸 뒤에야 가까스로 전문의를 구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이 제시한 연봉은 4억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상승했다. 상주적십자병원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아직까지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휴진했던 통영적십자병원 신경과는 결국 자력으로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국립경상대에서 전문의를 파견받아 운영 중이다.
힘들게 의사를 채용하더라도 퇴직이 빈번한 상황이다. 올해 8월 기준, 퇴직률은 거창(33.3%), 서울(31.6%), 상주(26.3%), 영주(15.8%) 순으로 지방과 서울을 가리지 않고 높았다.
박 의원은 "적십자병원의 휴진이 장기화되면 취약계층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며 "지방 소재 병원은 특히 정주 여건 등 한계로 충원 어려움이 큰 만큼, 관련 사항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