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정원을 늘린 의과대학이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으로부터 기준 미달 판정을 받더라도 1년 이상 보완 기간을 갖도록 고친 법령을 의평원이 비판하자, 교육부가 재차 의평원 입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증원한 의대에 대한 평가 인증 규정을 두고 교육부와 의평원 간 갈등이 악화하는 모양새다.
17일 교육부는 전날 의평원이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문을 17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의평원을 향해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인정기관이 특정 직역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입장문에서 "전체 인정기관의 공적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교육부는 대규모 재난으로 인해 의대 학사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인정기관이 불인증을 하기 전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인정기관이 평가·인증 기준을 변경할 경우 최소 1년 전에 확정해 대상 학교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교육부는 의평원이 해당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교육부는 "의평원은 교육부가 심사를 거쳐 지정한 평가인증 인정기관"이라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인증 업무를 수행해야 할 공적 책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평원이 개정안에 반대하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취소·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인정기관으로서의 책무와 무관하게 특정 입장에 치우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의대가 최종 불인증 판정을 받기 전 1년 이상 보완할 시간을 준 특례를 신설한 데 대해선 "대학과 학생의 불이익과 의료 인력 양성의 차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정기관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불인증 유예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존중한다"면서도 "대규모 재난 등 특수한 상황에서까지 불인증 유예 여부를 인정기관의 자체 판단에만 맡기기에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평가 기준 변경 시 예고 기간을 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해당 변경이 인정기관 지정 기준에 적합하게 이뤄졌는지 점검할 책무가 있기 때문에 이를 법령에 명확화하려는 것"이라며 "특히 중대한 변경이라면 대학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 심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다만 "대통령령 개정이 완료되는 시기를 고려할 때, 이번 의평원 주요변화평가에는 사전예고 관련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의평원은 입학정원이 10% 이상 증원된 의대를 상대로 연말에 진행할 주요변화평가의 기준을 기존 15개에서 49개로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