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 이어 레바논에서도 '무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스라엘에 대해 프랑스가 국제사회의 압박을 선도하고 있다. 자국 주최 행사에서 이스라엘을 배제하는가 하면, 대(對)이스라엘 무기 수출 반대 여론도 조성하고 나서는 식이다. '방위권 차원에서 전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스라엘은 프랑스의 이러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일일이 반발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다음 달 4~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해양 방위·보안 박람회 '유로나발'은 이스라엘 기업의 참가를 사실상 금지했다. 이스라엘 대표단의 행사 참석 자체는 허용하지만, 부스를 차리거나 장비를 전시하는 것은 불허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 이스라엘 업체는 총 7곳이다.
이 같은 결정은 프랑스 정부가 내렸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모자라 지난달부터는 레바논으로도 전선을 넓히자, 일종의 '제재'에 나선 셈이다. 이스라엘은 즉각 "이스라엘 방위 산업을 차별하는 것이자, 유대인에 대한 적대적 정책"(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장관)이라고 반발했다.
프랑스의 '이스라엘 배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국제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에서도 이스라엘 업체의 참가를 금지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프랑스가 이스라엘에 한층 더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건국이 유엔에 의해 결정됐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1947년 '팔레스타인 땅을 유대인에게 준다'는 유엔 총회 결의안 통과로 이스라엘 '국가'가 수립된 것을 상기시키면서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 공격'을 비판한 발언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건국은 영웅들이 독립 전쟁에서 승리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맞받았다. 프랑스는 이탈리아, 스페인과 함께 지난 11일 '이스라엘의 UNIFIL 공격 규탄' 성명도 발표했다.
프랑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도 국제사회에 거듭 호소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 언론 인터뷰 등 여러 경로로 "전쟁을 끝낼 유일한 방법은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주요 무기 공급국인 미국을 겨냥한 언급으로 해석됐다. 이스라엘은 '이란 등 이스라엘 적대 세력에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하는 중이다.